사실 이대로 끝내도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결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악착같던 계모 강숙도 참도가로 돌아와 자식들의 품에 안겼고, 은조를 향한 정우의 일편단심 사랑도 이루지 못한 고백이지만 적절한 마무리로 끝났죠. 삐뚤어진 욕망의 아버지이지만 차마 버리지 못했던 기훈의 애틋한 부정의 결말도, 그 절망에서 손을 내민 은조와의 뜨거운 눈물 키스신도 이정도면 납득할만한 해결책입니다. 다소 성급하게 밀어붙인 감이 없지는 않지만 뭐 이대로 끝난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수는 없겠죠. 신데렐라 언니의 불안 불안한 감정싸움을 보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지붕 뚫고 하이킥과 같은 난데없는 새드앤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여전히 신언니의 결말은 한 회분을 더 남기고 있습니다. 고전 드라마 질투의 엔딩 장면처럼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의 뜨거운 키스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여주면서 크레딧이 올라갈 법 하건만 이 불친절한 드라마는 그런 정석적인 마무리는 영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봐요. 모두가 행복하고, 혹은 정상으로 돌아와 그간의 상처를 치유했건만 그 희망찬 미래는 마지막으로 남은 60여분의 공백 때문에 또 다시 불안함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예고편 역시도 은조의 떠남을 말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구요.

물론 은조와 기훈의 사랑으로 효선과 정우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사랑 게임에는 늘 두 사람만이 승자로 남는 법이니 그 착한 두 사람의 애틋함이야 아쉽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법이죠. 대성참도가 역시 회생의 기회를 잡았지만 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기훈과 아버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고 무언가 일단락되었다고 하기에는 미진한 구석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이 마지막 60분은 그 해결되지 않은 연결고리를 이어붙이기 위해 쓰일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전적으로 은조. 그녀의 변심과 반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결국 은조가 떠난다는 말이죠. 하긴 그녀의 떠남은 드라마 첫 시작 때부터 예고되었던 것이기에 급작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혼자 있고 싶어 했고,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늘 자신만의 자유를 꿈꾸던 여성이었습니다. 지구의 가장 끝자락, 아무도 없는 바로 그 곳으로의 탈출이야말로 은조를 지탱할 수 있게 해주던 유일한 버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탈출의 욕구는 어디까지나 그녀가 철저한 외톨이, 구제되기 어려운 고립감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상황은 은조가 대성참도가를 떠나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갈구하던 은신처가 바로 참도가가 되었거든요.

그러니 이 마지막 반전을 예고하는 60분이 불안할 수밖에요. 제작진은 여기저기 상처입고 속으로 혼자만의 감정을 숨겨두었던 신데렐라의 언니가 겨우 서로 기대고 의지할 사람과 장소를 찾았건만 그 역시도 허락하지 않을 심보인 것일까요? 아니면 무난한 결말도 적당히 타협한 결말로는 성이 안찬다는 것일까요? 끝까지 문근영, 은조의 존재감을 극대화시켜 극 자체의 완결성보다는 외롭고 쓸쓸한, 지극히 쿨한 은조라는 캐릭터와 이미지를 보전하고 싶은 것일까요? 욕심이야 알겠지만 굳이 이 어른동화의 해피앤딩을 비틀어야 하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소름끼치게 세심한 손길로 사람의 마음을 매만지는 감정극에서 출발해서 소통과 외로움이라는 기묘한 어른 동화로 이어가던 신데렐라 언니는 갈수록 그 방향이 애매모호해져 버렸어요. 잘 달리다가 러브라인의 강화와 부정에 대한 집착으로 평범해진 이 드라마는 해피앤딩이라는 결승점을 슬쩍 보여주더니 마지막을 앞두고 또 다시 한 번의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오락가락한 행보가 본래부터 의도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찍으면서 방송하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약점 때문이라 해야 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특이한 앤딩에 집착하는 제작진의 고집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는 것만은 사실이겠네요. 신언니를 아끼고 즐겁게 시청했지만, 끝까지 이런 식으로 관심을 끌어당기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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