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세계 최강급 팀과 맞붙는지 모르겠습니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불과 8일 앞두고 허정무호가 세계 최강과 '당당한 맞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일 새벽(4일) 1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이자 유럽 최강 스페인과 맞대결을 펼치는 것입니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다수 포진한 스페인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우리 축구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을 지켜보며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덩달아 우승후보 스페인팀의 전력도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하고 주축 수비수 곽태휘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다소 침체기에 빠질 뻔 했던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서 뛸 23명 최종엔트리를 확정한 뒤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유쾌한 도전'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을 벌입니다. 현재 FIFA에 가입된 팀 가운데 가장 실력이 좋은 팀으로 평가받는 스페인과의 경기를 통해 허정무호는 경기력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몸소 체험하면서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경쟁력을 키우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살아남은 몇몇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월드컵 3회 연속 출전을 확정지은 김남일과 안정환 같은 노련한 선수들과 측면 미드필더 김재성과 공격수 염기훈 등 빠르고 재능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예상됩니다. 또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같은 유럽파 선수들이 스페인의 강한 수비벽을 상대해 어떤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 지도 관심사입니다.

결과도 결과지만 사실 이번 스페인전에서 한국은 내용적인 면에서 보다 진보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더라도 뭔가 내용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다면 본선에서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이 최정예 멤버로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개인기, 조직력 모두 뛰어난 팀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이 같은 강팀을 월드컵에서 만났을 때 어떤 경기를 펼쳐야 하는지를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터득하고 느껴야 할 것입니다. '가상 아르헨티나', '가상 그리스' 같은 맞춤형 평가전이라는 생각보다는 16강 이상을 내다보며 보다 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축구는 지난 벨라루스전 완패를 잊고 다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대어'를 낚는 엄청난 결과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 경기는 평가전이고, 상대는 세계 최강이기에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당당하게 맞서 싸워 2-3으로 아깝게 패한 자신감으로 4강 신화를 이뤘듯이 허정무호 역시 감독이 원하는 '당당하고 유쾌한 도전'에 걸맞게 자신 있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본선에서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영표가 "우리가 노력한 부분이 어떻게 적용돼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는 말을 경기에 출전할 우리 선수 모두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 없이 이기는 것보다 지더라도 내용 있는 경기를 펼치는 허정무호의 스페인전 모습을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