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최고 투표율인 54.5%를 기록한 6.2 지방선거. 이번 선거는 당초 예상을 깨고 후보들 간 ‘초 박빙’ ‘대 접전’ ‘경합’을 이루는 등 선거 이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이 계속됐다. 실제 서울시장의 경우, 개표 직후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다가 2일 오후 9시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다시 앞섰다. 그러나 3일 새벽 4시20분 경, 다시 근소한 차이로 오세훈 후보가 앞서는 등 초 박빙이 이어졌다.

▲ 6.2지방선거의 개표가 진행중인 3일 새벽 서울 프레스센터 한나라당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가 뒤쳐지고 있는 오 후보가 지지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예상 깨는 초 접전

선거 이전 언론사를 비롯한 각 기관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서울, 경기를 비롯해 인천, 경남, 충북, 강원 등에서도 한나라당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일 KBS, MBC, SBS 등 방송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서울, 충북, 충남, 경남 등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선거 결과도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와 크게 엇나가지 않았다. 서울시장의 경우, 초박빙 끝에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적은 차이로 당선됐으며, 인천시장은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강원과 경남의 경우,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김두관 무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 당혹스러운 한나라, 한껏 고무된 민주당

한나라당은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완패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타난 직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지지 기반인 강원과 경남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자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특히 서울과 경기를 ‘최대 승부처’로 두고 승리를 자신했지만 막상 서울시장에서 초 박빙이 이어지는 등 적은 차이로 당선되자 내심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로 정국 운영에 큰 차질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세종시 수정안 등을 추진하는 데 난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정몽준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비롯해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서 승리를 예감했던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 등 다수 선거에서 우세를 이어가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 내내 뒤쳐지다 막상 여러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했다”고 해석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강원과 경남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정권 심판론’이 주요하게 작용해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방선거 투표일인 2일 오후,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야권의 선전으로 나타나자 영등포 민주당 당사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당직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방송3사 “일방 독주식 국정 운영 반대 민심 드러나”

KBS, MBC, SBS 등 방송3사는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충청권 표심에서 드러나듯, 정부는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변화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며 “세종시 추진,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정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MBC는 “정부는 국정 운영 방식 변화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은 충청권 표심에서 보듯 ‘물 건너 갔다’는 의견이 여당 내에서도 팽배하다. 일방 독주식 국정 운영을 반대하고,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MBC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견제 세력 입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BS는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 패배했다”며 “세종시 추진, 4대강 사업 등 하반기 예고된 정책 이슈 추진에 대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해석했다. 또 “야당과 일정 부분 타협해야 할 가능성이 나오는 등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각 등에 대해 민심을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이번 선거를 “민심이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KBS는 “집권 여당은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히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진통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세종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며, 4대강 추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또 “민심은 독선에 대해서는 항상 견제한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해설하기도 했다.

◇ 트위터, “여론조사, 믿지 말자”

선거 기간 내내, 투표 독려 하는 등 스마트폰과 함께 새로운 선거 문화를 이끈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 트위터.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에서는 그 동안 언론이 보도했던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크게 다른 것에 대한 트위터리안(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1인 미디어로 알려진 라쿤(@rakooon)은 “이번 선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와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여론조사가 공정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며 “권력에 매달린 여론조사기관과 그릇된 정보로 호도한 언론들, 각오하라”고 밝혔다.

미디어몽구(@mediamongu)도 “이로써 우리는 더 이상 언론사 별 사전 여론조사를 믿지 않게 되었다”며 “앞으로 더 이상 사전 여론조사는 하지 마라. 아울러 정치인들의 여론조사에 대한 관행과 믿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인 최남수(@nschoi03)씨는 현직 기자들을 향해 “소셜미디어 겸허하게 이해하고 수용하라. 기존 미디어의 정보독점, 권력, 전문성, 속보성의 벽이 조만간 다 엷어진다. 치멸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며 “북풍, 잠수풍, 노풍 바람이 많은데 앞으로 점점 민의가 실린 바람은 ‘트위터 풍’이 될 듯”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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