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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제왕적 행보 뒤에 보이는 'JP의 길'다당제는 선거제도 개혁인데 통합으로 선회…"양당제로 흡수될 것"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1.17 12:29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전당대회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다음달 4일 임시전당대회를 17개 시도 23곳에서 동시 분산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전당대회 무효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전당대회를 저지하지 못하면 개혁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통합 추진은 평소 안 대표가 말하던 "다당제 구조 정착"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이 내부 분열로 반토막 나고 통합파가 바른정당과 합류할 경우, 제3지대의 세력이 약화됨과 동시에 양당제의 관성에 휩싸일 것이란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2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양당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이 자리에는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참석해 양당의 선거법 개정 공조 의지를 드러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기도 해 선거제도 개혁의 파란불이 켜지는 듯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형적인 승자독식형 선거제도로 1등만 당선되는 구조다. 당선자 외의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표는 그대로 사장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데다, 거대정당으로의 표 쏠림 현상을 만들어내 양당제 구조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대안으로 제기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정당투표를 통해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사표가 적고 다양한 소수정당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독일의 경우처럼 지역구 투표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어 정치를 불신하거나,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의원을 뽑고자 하는 시민들의 반발도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 (연합뉴스)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진행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가정한 여론조사를 '조선일보'에 흘렸다. 두 당이 합당할 경우 지지율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을 꺾고 2위로 올라선다는 조사결과였다. 안 대표는 이후에도 몇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에 흘렸고, 이를 근거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호남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반대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안철수 대표는 당 대표와 지도부의 권한으로 누르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20일 안 대표는 통합 찬반 여론을 수렴하는 의원총회를 오후 2시 예정해놓고, 오전 11시 15분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 당원을 상대로 통합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총에는 참석도 하지 않은 채 "이미 입장을 밝혔으니 의원들의 뜻을 모아 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추진협의체에 자신과 가까운 이언주, 이태규 의원을 배치하고 통합반대파의 의견으로부터 귀를 막았다. 15일에는 통합전당대회를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할 수 있도록 당규를 개정했다.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통합반대파 이상돈 의원의 의장 권한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다.

▲14일 국민의당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최경환 의원 등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소속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대표의 군사쿠데타식 불법 당무위를 인정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보수야합 불법 전당대회를 저지무산시키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이러한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반대하며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반대파는 교섭단체 구성을 장담하고 있다. 현재 18명의 의원이 개혁신당 합류를 거의 결정한 상태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국민의당이 '반토막' 나는 셈이다. 여기에 바른정당은 16일 박인숙 의원이 돌연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9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들었다. 통합의 시너지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제3지대 입지가 약화되고 자동소멸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아져, 안철수 대표가 'YS의 길'이 아닌 'JP의 길'로 향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양당제를 조장하는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당장 6월 지방선거 결과에 급급해 무리한 통합을 추진한 것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민주연합은 소선거구제 하에서 제3당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995년 창당했던 자민련은 15대 총선에서 52석을 획득하는 등 선전하기도 했지만, 17대 총선에서 4석을 얻는 데 그쳤고, 2006년 4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흡수됐다. 안철수 대표의 통합밀어붙이기가 통합정당은 자유한국당, 개혁신당은 민주당으로 향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정치사를 보면 일시적으로 양당제가 파열되더라도 다시 양당제로 복귀한 사례가 나온다"면서 "자민련의 경우 한 때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결국 양당제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하 공동대표는 "현행 선거제도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면서 "개별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현재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한 양당제 복귀의 구심력이 작동할 거다. 시스템이 이래서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찬반 어느 쪽이든 올해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이 다가오면 양당제 체제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것도 지금 비판 받더라도 결국 이 시스템만 유지하면 선거철에 자신들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 공동대표는 "작년 10~12월경이 선거제도 개혁을 밀어붙일 적기였고, 그 주체가 국민의당이었는데, 통합 이슈로 놓쳤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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