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스데이는 딱 절반만 성공할 운명이었다. 공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가미래를 지탱할 출산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지난 두 번의 포스팅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낳으라고 채근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출산과 육아 문제인 탓이다. 정말 임신과 육아가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되지 않고는 오히려 출산을 장려하는 일이 공익을 앞세워 개인을 괴롭히는 일도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경규를 중심에 둔 예능만으로서는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때 잠시 침체도 겪었지만 남자의 자격의 흥행 이후 자기 페이스를 찾은 이경규의 진행과 감각이 날로 눈부시게 예전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나 31일 방영된 4회차는 게스트로 박미선, 김영철, 정형돈 등 개그맨들로만 게스트를 구성했는데, 해피버스데이라는 타이틀만 지운다면 심야예능으로 이만큼 웃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3인의 게스트 중에서 시동을 건 것은 박미선, 정형돈 등 기혼자들이었으나 출산과 관계없는 일반 토크로 들어가면서 김영철은 이영자, 김희애 성대모사를 줄줄이 이어가서 기존 다섯 명의 엠씨들을 방청객으로 만들어버렸다. 성대모사를 하는 개그맨은 무척 많지만 김영철의 성대모사는 무엇보다 음성적 부분보다 그와 연관된 뒷이야기들이 톡 쏘는 맛을 준다. 역시나 이영자, 김희애에 얽힌 뒷이야기들로 인해 처음 보는 것이 아닌데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김영철을 살려준 맞장구는 이경규가 쳐주었다. 함께 방송을 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없지만 규라인의 외동아들이라며 치켜세우고는 자신이 외롭고 지칠 때마다 김영철의 레파토리를 통해서 위로받는다고 기대감을 높여 놓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웃지 않으면 이경규에게 미안해질 지경이 되었다. 그렇지만 김영철은 이경규가 높인 기대감 이상의 열연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 이후로도 이경규와 박미선이 주축으로 부부토크로 이어지면서 이경규 중심으로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개그맨들끼리 모아놓으면 웃음은 주체 못할 정도로 터진다. 시청률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해피버스데이를 구원하기 위해 출동한 개그맨들은 분명 소임을 다했다. 공익이라는 부담감만 없다면 해피버스데이는 막강한 웃음 파워로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나 주제감에 대한 부담이 채널선택을 꺼리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제작진으로서도 어떨 도리 없었겠지만 김영철의 성대모사 이후의 부부토크는 사실 출산장려라는 해피버스데이의 주제와는 반대되는 내용들이었다. 남자들이 새벽 1시부터 술자리 피크라면서 그 시간 이전에 남자를 집에 오게 할 방법은 없다거나 중년부부에게 부부는 가구라는 등의 내용들은 재미로는 더할 나위 없는 것이었지만 출산을 저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피버스데이는 그만큼 예능으로써 무리라는 것은 내용면에서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됐다.

해피버스데이는 그 자체로는 나무랄 것이 없는 좋은 취지와 질 높은 웃음을 제공하는 양수겸장의 예능 프로그램인 것은 틀림없다. 특히나 이경규의 존재감이나 균형감이 그 어떤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휘둘리지 않는 안정감과 지속 가능한 웃음에 대한 신뢰를 준다. 그러나 여전히 출산장려라는 뜨거운 감자를 안고 있는 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출산에 대한 부담이 없고, 월요일 밤 마음껏 웃고 싶다면 해피버스데이를 찾으면 해결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해피버스데이는 분명 해피 폭소데이를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경규를 좋아한다면 필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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