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방송사들이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해 '방송계 갑질'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조선일보가 '방송계 막내들의 열정'을 치켜세워 논란이다. '상품권 논란'에 대해 주요 방송사들이 침묵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칼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3일 조선일보는 <방송계 막내는 '전천후 인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을 작성한 이수연 TV조선 PD는 "방송계 막내 라인은 대체로 '전천후 인류'"라며 "열정을 몸으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수연 PD는 "막내들의 매력이 그들의 능력에만 있는 건 아니"라며 "속보거리가 터져 몇 시간씩 식사도 화장실도 잊고 생방송에 매달릴 때 미안한 마음에 쳐다보면 미소를 보이고 있다. 까다로운 편집 때문에 밤샘 작업을 해도 '편집 잘 나왔는지'부터 걱정한다"고 서술했다.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방송계 막내는 '전천후 인류'. 2018년 1월 13일 조선일보 인물 29면.

이어 이수연 PD는 "소품을 만지다 다쳐 손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병원은 방송 끝나고 간다고 우긴다", "이뿐인가. 회식하다 급한 일로 PD들 복귀 명령이 떨어지면 '같이 가자'며 선선히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는다" 등 방송 현장에서 부당한 노동을 강요받는 막내들의 노동환경을 '열정'으로 미화했다.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열정 같은 소리 하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게 무슨 해괴한 '막내론'인가", "철저히 갑의 입장에서 쓴 글", "열정페이가 방송계에 만연한 것을 왜 숨기고 미화하나?", "누가 보면 방송계가 훈훈한 유대감이 끈끈한 곳이라고 착각할 것 같다" 등 비판이 일었다.

앞서 8일 '한겨레21'은 주요 방송사들이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했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2일 낸 방송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7개 주요방송사(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모두 관련 소식에 침묵했다. 현재까지도 주요방송사의 방송뉴스에서 해당 이슈가 다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방송계 을·병·정들의 이야기를 '열정 넘치는 막내들'로 그려냈다.

또한 민언련은 "MBC의 경우 11일 뉴스데스크에서 직장 갑질 문제를 주제로 한 보도를 소개했다"면서 "대형학원, 유명 고속버스 회사, 병원 등의 갑질 사례는 언급하면서도 정작 방송사 내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이 당한 갑질 사례는 소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어 "자사 혹은 방송계의 치부가 될 수 있는 이런 이슈에 매번 침묵한다면, ‘보도에 성역은 없다’는 주장도, ‘변화할 것’이라는 약속도 모두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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