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각국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에게 기회의 장입니다. 성적에 따라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부진한 성적을 내면 자신의 축구 감독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명장으로 거듭난 감독은 많습니다. 1934-38년 월드컵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연패를 차지한 비토리오 포조(이탈리아)를 비롯해 선수-감독으로 동시에 우승을 거머쥔 마리우 자갈로(브라질)와 프란츠 베켄바우어(독일), 우승은 실패했지만 '토털 사커'라는 혁명적인 전술을 선보인 리누스 미헬스(네덜란드), 약팀을 강팀으로 만들어내며 월드컵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연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할 만 한 감독은 누가 될 것인지, '32인 32색'의 개성적인 감독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세계적 명장의 대결장이기도 하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프랑스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 브라질 카를로스 둥가 감독, 나이지리아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 이탈리아 마르첼로 리피 감독,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사진 아랫줄 왼쪽부터) 스페인 비센터 델 보스케 감독, 칠레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잉글랜드 파비오 카펠로 감독, 남아프리카공화국 알베르투 파레이라 감독, 코트디브아르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 호주 핌 베어벡 감독.ⓒ연합뉴스
'우승 청부사' 출신 감독들 눈에 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오른 감독들 가운데는 유달리 '우승 청부사'라는 별칭이 많습니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국가대항전을 비롯해 클럽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으로 스타급 반열에 오른 감독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대표적으로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과 오트마르 히츠펠트 스위스 감독이 있습니다.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명장' 아리고 사키 감독의 후임으로 AC 밀란 감독직에 올라 5년간 4차례 리그 우승과 1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993-94)을 차지하며 '우승 제조기'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또한 히츠펠트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팀인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 등 명문 구단에서 각각 1차례씩 모두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을 보유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두 감독 모두 각각 잉글랜드와 스위스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팀을 맡아 안정감있는 지도력을 과시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를 꿈꾸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지도 스타일로 유명한 마르셀로 비엘사 칠레 감독은 2004년, 2008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2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과 카를루스 파레이라 남아공 감독은 월드컵에서,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유로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경험한 명장들로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커리어 쌓기'에 나섭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 "편견을 깨라"
스타 선수 출신 감독들도 눈에 띕니다. 선수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스타 선수가 감독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월드컵을 벼르고 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 우승 당시 주장 완장을 찼던 카를로스 둥가 브라질 감독은 16년 만에 감독으로서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합니다.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서서히 궤도에 오른 브라질은 둥가 감독의 지도 아래 신선한 삼바 축구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1986년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발돋움하며 '축구 천재'라는 애칭을 얻었던 디에고 마라도나는 조국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24년만에 월드컵 우승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잦은 기행과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감독 자격 2개월 정지 처분을 받는 등 순탄하지 못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안정적인 전력을 만드는 등 제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한 매체에서 '가장 성공할 것 같은 감독 1위'에도 뽑혀 변함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마라도나 감독의 성공에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지켜볼 것입니다.

그 밖에도 한국 축구의 '유럽 진출 1세대'로서 선수 시절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끄는데 공헌했던 허정무 한국 감독, 덴마크 최초로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해 1980년대 덴마크 축구의 중흥기를 이끈 바 있는 모르텐 올센 덴마크 감독도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감독들의 활약, 주목하라
독일월드컵 때는 외국인 감독을 기용한 나라가 절반에 육박하는 15개국이나 됐습니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에는 외국인 감독이 맡고 있는 팀이 12개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출신 조지 레이노 스웨덴 감독이 첫 외국인 감독으로 활약한 이래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외국인 감독은 일단 남아공월드컵에서 기세가 한풀 꺾인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들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 도전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이 거둔 최고 성적은 2006년 브라질 출신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 2002년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이 기록한 4강으로 모두 5차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월드컵 결승에서 외국인 감독은 단 한 번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이번 대회에서 12명의 외국인 감독은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는 셈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별 예선이나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모국의 팀과 운명의 맞대결을 벌일 지도 모릅니다. 12개국 외국인 감독 가운데 본선에서 모국 팀을 만날 수 있는 감독은 카펠로, 히츠펠트, 비엘사 등 모두 9명이나 됩니다. 국적으로는 아르헨티나, 독일, 스웨덴 출신이 각각 2명이며,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 등 6개국 국적의 감독이 각 1명씩 포진해 있습니다. 자신이 지도하는 팀을 위해 조국의 팀을 딛고 일어서야 것이 이들의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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