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렇게 안이한, 가장 편해 보이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군요. 초반에 그들의 라인업이 발표되고 수많은 팬들이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도 극구 부인했던 방법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니 차라리 이젠 후련하기까지 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보는 것보다는 아애 그냥 터져버려서 그 후유증을 확인하는 것이 마음은 편하니까요. 기본 포맷 설정에 실패하고 이젠 게스트 빨로 매주를 연명하던 패밀리가 떴다 시즌 2는 끝내 SBS 예능의 전통과도 같은 러브라인의 유혹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백기투항이었어요.

원더걸스라는 초특급 게스트를 섭외할 수 있었던 능력이 있었다면(물론 택연과 조권이 투입된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JYP의 절박함도 있었겠지만) 좀 더 다양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그녀들의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했어야 합니다. 2주간의 짧은 활동시간동안 그녀들이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랬죠. 조금의 색다른 설정, 약간의 배려와 준비만으로도 차별화된 재미를 줄 수 있는 손님들이었거든요. 일회성 게스트에서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슈퍼주니어의 희철이 처음 고정으로 등장한 꼭지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패떴2가 선택한 것은 구태의연하고 지겨운 러브라인의 강화였습니다.

소희-희철, 택연-윤아라는 조합 그 자체의 파괴력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가장 잘나간다는 아이돌 그룹의 에이스들을 엮어 놓았으니 팬들은 물론이고 그 인지도를 익히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남입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 서로 겹치는 묘한 말과 행동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슈들을 만들어낼 수 있고 프로그램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어차피 일회성 이슈 만들 기었다면 지금 패떴에 나오는 이들과 원더걸스의 경우의 수에서 이렇게 강력한 카드는 찾기 힘들었겠죠.

하지만 평소부터 팬이었다. 예전에 함께한 특집 프로그램에서의 인연이 있다는,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소재에서 출발한 억지 밀어붙이기가 통용될 만큼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의 러브라인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른 경쟁자들은 서로 가상 결혼도 하고, 실제 헤어짐과 만남을 소재로 독한 개그를 반복하는데다가 소개 팅으로 아바타 놀이도 감행하고 과거의 아픔까지 웃음 소재로 이용하는걸요. 그 만듬새가 뻔히 보이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의 진행 경로나 너무나도 순진하고 허술한 억지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리 없죠.

그냥 남는 것은 그 억지스러움을 보며 느끼는 짜증과 안타까움입니다. 원더걸스를 불러놓고, 구원투수라는 예능감 충만한 아이돌을 불러놓고 한다는 것이 고작, 결국 러브라인이라는 그 얄팍함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이런 억지스러움을 그럴듯함으로 포장해주는 진행자도 없고, 그냥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으로 만사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더 한심하구요. 이럴 바에는 그냥 원더걸스 특집, 수학여행 특집이 아니라 러브라인 특집이라고 하는 게 차라리 솔직했겠네요.

하긴 현재 예능 프로그램 최고의 러브라인 조권-가인 커플의 이야기까지 팔아먹으려는 패떴이니 이 정도의 가벼운 시도야 눈감아줘야 하나요? 다른 프로그램에서 아끼고 아끼던 소재인 커플링까지 아무렇지 않게 공개해버리고, 이젠 그 당사자인 가인까지 게스트로 초대해서 내용을 공개한다니 그 뻔뻔함과 억지스러움은 말해야 뭐하겠어요. 패떴 시즌 1이 비난을 받았던 부분도 바로 이 러브라인의 지나친 강조였는데 전작의 그런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다니, 적절한 소재 발굴에 계속 실패만 하다 보니 제작진도 급하긴 급했나봅니다. 이젠 그냥 출연한 이들만 안타까울 뿐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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