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영되었던 11부작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이른바 '나쁜 녀석들'이라 통칭할 수 있는 범죄자들을 내세워 '더 나쁜 녀석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응징한다는 폭력적 카타르시스를 내세워 화제가 되었다. 더구나, 딸을 잃고 미친개가 된 형사반장 오구탁 역의 김상중을 비롯하여, 2017년 흥행 배우가 된 조직 폭력배 박웅철 역의 마동석, 청부 살해업자 정태수 역의 조동혁,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 역의 박해진 등 출연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했다. 거기에 <뱀파이어 검사>로 OCN 장르드라마의 장을 연 한정훈 작가가 들고 온 새로운 시리즈였으니, 장르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방영 전부터 기대작이었던 작품이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당시로서는 드문 11부작의 짧은 시리즈 동안 형사 오구탁을 비롯하여, 그가 내세운 범죄소탕 작전의 개가 된 범죄자들 박웅철, 정태수, 이정문 등이 '법'이라는 기성 제도의 틀을 넘어 선사하는 단죄 방식. 이는 칼과 칼이 만나고 몸과 몸이 부딪치는 폭력적 카다르시스의 향연과, 그들을 팀으로 엮은 남구현 경찰청장과 오재원(김태훈 분) 특별검사 사이에 과연 누가 진짜 '나쁜 놈'인가를 놓고 벌이는 '진실찾기 게임'이라는 두 개의 엔진으로 드라마의 흥미를 배가하였다.

오구탁 형사 딸과 남구만 경찰청장 아들의 죽음,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한 레이스는 결국 정작 나쁜 녀석들을 향한 오구탁, 남구만 그리고 또 다른 법의 세력 오재원의 사적 복수와, 그럼에도 '나쁜 짓만 하며 살던 놈들이 사람답게 살아보니 살 맛'을 느껴 짐승의 길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으로 11부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저 좀 더 나쁜 녀석들을 모아놓은 것 같던 이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외부의 나쁜 녀석들을 정죄한다. 한편 각자의 개인적 악연으로 얽혀들었던 그 관계의 딜레마를, 애초 그들을 모아놓았을 때 보상으로 딜 했던 출옥 대신 '나쁜 녀석들' 스스로 끊어내는 것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그리고 당연히 이제 서로의 악연의 사슬에서 벗어난 이들이, 각자가 가진 '캐릭터' 본연의 맛을 가지로 좀 더 본격적으로 악의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을 시청자들은 시즌 2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그 자체가 무기가 되었던 박웅철이 또 다른 장르물 <38사기동대>에서 소심한 세무 공무원으로 등장하며 시즌 2의 가능성은 멀어졌다. 그리고 <나쁜 녀석들>이 방영된 2014년으로부터 3년이 흘러 2017년 하고도 12월 <나쁜 녀석들>이란 수식어를 단 드라마가 찾아온다.

<나쁜 녀석들> 시즌 1의 스핀오프?

그러나 새로이 등장한 <나쁜 녀석들>에는 오구탁 형사가 없다. 박웅철도 정태수도 이정문도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쁜 녀석들'이란다.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은 시즌2의 부담을, 마치 시즌 1의 스핀오프와 같은 형식으로 변주한다. 기존 시리즈를 이끌었던 주인공들 대신, 그 얼개와 서사의 방식을 그대로 뽑아내 <38사기동대>의 배경이 되었던 서원시로 옮겨온 것이다.

OCN 토일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시작은 <나쁜 녀석들>과 같았다. 서원시를 돈으로 장악하여 각종 이권을 행사하는 건 물론 자신의 이권에 방해가 되는 이들을 거침없이 제거하는 조영국 회장(김홍파 분)을 제거하기 위해 그와 악연이 있는 우제문(박중훈 분), 노진평(김무열 분) 검사와 장성철 형사(양익준 분), 그들의 수하 신주명(박수영 분), 양필순(옥자연 분), 그리고 범죄자이거나 범죄자였던 허일후(주진모 분), 한강주(지수 분)가 뭉친다.

이들의 방식은 나쁜 놈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시즌 1의 취지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첫 회 주재필을 잡기 위해 '나쁜 녀석들'이 온몸으로 떼로 몰려드는 서원시의 부랑배들을 상대로 부딪치는 장면은, 바로 이것이야말로 <나쁜 녀석들>의 폭력적 카타르시스라는 걸, 시즌의 핵심이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죽음을 불사한 선과 악의, 때론 선과 악의 정체조차 모호한 대결은 8회까지 매회 이 드라마의 특징으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즌1의 명확한 캐릭터들에 대한 그리움을, 시즌1이 아쉬웠던 서사의 치밀함으로 대신한다. 이제 9회를 앞두고 중반을 넘어선 <나쁜 녀석들>은 알고 보니 남구만, 오구탁, 오재원의 사적 연원이라는 스케일을 넘어, 부제 ‘악의 도시’처럼 서원시라는 한 도시를 둔 끝 모를 악의 세력과 나쁜 녀석들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진다.

‘한 회에 한 명씩’이라는 말이 우스개가 아닐 정도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뜻을 모았던 '나쁜 녀석들'의 멤버들은 매회 한두 명씩 사라진다. 신주명 과장과 양필순이 그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하수인의 칼에 비명횡사를 했고, 장성철이 사선을 넘나든다.

한 회의 한 명씩? 아군의 희생으로 드러나는 악의 실체

OCN 토일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그렇게 우리의 나쁜 녀석들이 목숨을 던지며 서원시 권력의 배후, 그 악의 주구는 조용국에서, 그 모든 것을 조정했던 구시대의 잔재 이명득으로 밝혀진다. 시즌 1에서 알고 보니 나쁜 녀석들을 개로 내세워 범죄소탕작전을 벌이려 했던 배후가 남구만이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악의 도시’는 자기 자식에 대한 원한에서 시작되었던 시즌 1의 스케일을 넘어선다. 조용국의 지원을 받은 정치인이 서원시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공안검사 출신의 노골적인 일종의 정치공작이었다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리전이었다는 걸 중반에 들어선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는 드러낸다. 특히 5~8회에 걸쳐 진짜 적이 누구인가를 둘러싼 나쁜 녀석들 사이의 내분과 응징을 둘러싼 처절한 갈등, 서서히 드러난 이명득 검사장의 정체는 시즌 1이 가졌던 서사의 아쉬움을 넘어선다.

하지만 적폐 청산도 했는데, 이제 겨우 절반의 레이스를 넘었다. 조영국은 진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명득의 정체도 드러냈으며, 그 모든 걸 밝히기 위해 앞섰던 반준혁(김윤석 분) 검사가 새로운 지검장이 되며 검찰개혁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는데 드라마는 이제 절반을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그 개혁에 발맞춰 나가고자 특수 3부로 갔던 노진평 검사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며 목숨을 잃고 만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OCN 토일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이명득 서원지검 검사장은 자신이 적폐인 것이 드러날까봐 그 사실을 안 모든 인물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빨갱이'들을 없애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민선 시장이었던 서원시장을 제거하는 한편, 개혁 세력인 새 정부의 비위를 맞추고자 조영국을 제물로 삼고자 하였다. 그의 노회한 변신작전은 물거품이 되었다. 양의 탈을 뒤집어 쓴 늑대와 같은 이명득의 캐릭터는 '검찰개혁'이 당면의 과제인 지금 상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는 말한다. 구시대의 적폐 이명득을 제거했지만 새 시대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형과 같던 수사관의 죽음으로 나쁜 녀석들의 일원이 되었던 젊은 검사 노진평을 뜻밖의 죽음으로 모는 시대엔 여전히 어둠이 드러워져 있다. 그리고 악의 응징과 관련하여 각자의 이해관계로 흩어졌던 나쁜 녀석들은 역시나 또 각자가 포기할 수 없는 신주명, 양필순, 노진평의 죽음, 그리고 사라진 주변인들을 찾아 나서며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과연 이들이 헤쳐 나가는 어둠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드라마는 새 시대의 명암을 그려내며 여전히 우리가 정신 차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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