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대와 중재파의 중재 시도에도 안 대표는 통합 의지를 꺾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민-바른 통합은 제3당의 의석수만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안 대표에게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11일 안철수 대표는 중재파가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안 대표는 1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반대파는 "안 대표가 박정희, 전두환도 안한 일을 하고 있다"며 안철수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가 내일 전당대회 준비위를 하고 전당대회 소집을 위해 대표 당원을 조정한다고 한다"면서 "새정치를 한다면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당이 싫으면 나가서 하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천하의 DJ도 이기택 총재와 합의가 안 되니까 당사를 내주고 나와서 당을 창당했다"면서 "안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호남을 배제하는 사람과는 어떤 경우에도 함께 하지 못한다"면서 "이제 새로운 선거를 준비하는 여러분을 위해 개혁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의당이 분당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이 분당 수순을 밟게 되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의 효과는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반대파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지킴이운동본부 장정숙 의원은 "개혁신당 동참 의원은 18명"이라면서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중재파에서도 합류할 의원까지 감안하면 최소 20명 이상의 의원이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의원이 통합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통합 찬반 비율에 대해 "26대 13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13명이 안철수 대표의 합당에 찬성하는 사람이고, 26명은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정배 의원의 계산대로 26명 전원이 탈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안철수 대표와 통합에 참여할 의원은 13명 뿐이다. 이럴 경우 현재 10석인 바른정당과 합당을 하더라도 통합정당은 23석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4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20명으로 계산해도 29석의 의석을 확보해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안철수 대표의 측근이 이탈하고 있다는 설도 들려온다.

그렇다고 안철수 대표는 통합 추진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안 대표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달래도 모자랄 판국에 지나치게 독단적인 행보를 보여 원성을 샀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가정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언론에 흘렸고, 호남 중진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통합을 밀어붙였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오후 2시 통합 찬반을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오전 11시 15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통합찬반을 놓고 자신의 당 대표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는 결국 통합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황은 안 대표의 계산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는 진퇴쌍난이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정치적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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