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1달간 4번의 A매치를 치른다 했을 때, 많은 축구팬들과 언론에서는 '강팀과의 평가전만이 한국 축구의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면서 마지막에 갖는 스페인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일본과의 평가전은 본선에서 상대할 팀과 비슷한 전력을 갖춘 팀이 아니었던데다 벨라루스는 '도대체 이 팀은 어딘가'고 할 만큼 낮은 인지도 때문에 평가전을 갖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과의 시합에서 한국 축구는 꽤 중요한 교훈들을 얻으면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습니다. 본선을 앞두고 우리의 장점은 무엇이고, 또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하면서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최근 두 번의 평가전은 허정무호에 꽤 유익했던 시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무조건 강팀과의 시합만이 능사는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 30일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경기장에서 열릴 한국-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대표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한국 축구는 대단히 무기력했습니다. 지난 2월, 중국과의 평가전 0-3 참패했을 때만큼이나 내용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필승 카드인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이 모두 출전했음에도 오히려 상대의 탄탄한 조직력에 힘을 쓰지 못하며 전혀 위협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비와 젖은 잔디, 그리고 고지대에 위치한 현지 환경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탓에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한국 선수들은 평소보다 무거운 몸놀림으로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하며 어렵게 경기를 펼쳤습니다. 게다가 주축 수비수 곽태휘는 무릎 부상이 또다시 재발해 4주 진단을 받으며, 눈물을 머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벨라루스를 통해 한국은 첫 경기 그리스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중원을 확실하게 잡고, 힘과 압박으로 밀어부치면서 좌우측면에서 스피디(Speedy)한 경기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포백 수비 라인은 튼실하게 하면서 한 번에 제대로 찔러주는 패스플레이와 기민한 움직임을 자신 있게 펼쳐 나가는 플레이가 필요할 것입니다. 체력 훈련으로 떨어진 폼을 되찾고, 부분적인 전술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그리스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반면 2-0으로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등을 활용한 공격 전개가 '확실한 필승 카드'이고, 어떻게 해야 경기 전체를 지배하며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유기적으로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패스 플레이,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협력 수비를 어떻게 하면 잘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냈습니다. 자신 있는 플레이, 답답한 흐름에도 숨통이 트이는 공격 전개는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정식임을 알았습니다.

일단 이번 벨라루스전을 통해 한국 축구는 다소 숨을 고르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잇따른 승리로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보다 예상치 못한 팀을 상대로 한 패배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추스르고 다음 경기를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경기는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입니다. '정면승부'를 선언한 허정무 감독의 말처럼 당당하고 후회하지 않는 시합을 펼쳐 말 그대로 '유쾌한 도전'을 제대로 펼치는 '허정무호'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벨라루스전 패배가 허정무호에 '조금 아픈 예방 접종 주사'가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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