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1달간 4번의 A매치를 치른다 했을 때, 많은 축구팬들과 언론에서는 '강팀과의 평가전만이 한국 축구의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면서 마지막에 갖는 스페인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일본과의 평가전은 본선에서 상대할 팀과 비슷한 전력을 갖춘 팀이 아니었던데다 벨라루스는 '도대체 이 팀은 어딘가'고 할 만큼 낮은 인지도 때문에 평가전을 갖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과의 시합에서 한국 축구는 꽤 중요한 교훈들을 얻으면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습니다. 본선을 앞두고 우리의 장점은 무엇이고, 또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하면서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최근 두 번의 평가전은 허정무호에 꽤 유익했던 시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무조건 강팀과의 시합만이 능사는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벨라루스를 통해 한국은 첫 경기 그리스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중원을 확실하게 잡고, 힘과 압박으로 밀어부치면서 좌우측면에서 스피디(Speedy)한 경기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포백 수비 라인은 튼실하게 하면서 한 번에 제대로 찔러주는 패스플레이와 기민한 움직임을 자신 있게 펼쳐 나가는 플레이가 필요할 것입니다. 체력 훈련으로 떨어진 폼을 되찾고, 부분적인 전술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그리스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반면 2-0으로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등을 활용한 공격 전개가 '확실한 필승 카드'이고, 어떻게 해야 경기 전체를 지배하며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유기적으로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패스 플레이,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협력 수비를 어떻게 하면 잘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냈습니다. 자신 있는 플레이, 답답한 흐름에도 숨통이 트이는 공격 전개는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정식임을 알았습니다.
일단 이번 벨라루스전을 통해 한국 축구는 다소 숨을 고르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잇따른 승리로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보다 예상치 못한 팀을 상대로 한 패배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추스르고 다음 경기를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경기는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입니다. '정면승부'를 선언한 허정무 감독의 말처럼 당당하고 후회하지 않는 시합을 펼쳐 말 그대로 '유쾌한 도전'을 제대로 펼치는 '허정무호'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벨라루스전 패배가 허정무호에 '조금 아픈 예방 접종 주사'가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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