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200회를 맞았다. 비록 애도국면 속에서 제날짜에 방송되진 못했지만 예능사상 최초의 생방송을 볼 뻔한 특집이었다. 여기서 무한도전은 첫 번째 억지를 부린다. 생방은 아니지만 생방처럼 NG없는 녹화로 밀어붙인 것이다. 상황이 안되면 보통 포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은 피디가 출연자를 속여서라도 프로그램을 강행한다. 그들이 애초에 내놓은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콘셉트는 찌질함으로 위장했지만 지난 200회를 돌이켜보면 상식 파괴의 전제였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애초에 주말 예능이면서 뉴스보다 낮게 나오는 시청률을 무릅쓰고 고집스럽게 프로그램을 끌고 간 것부터가 비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누구 하나 버릴 수 없는 고유의 캐릭터를 구축한 멤버들의 면면들 또한 하나같이 비상식적이다. 가장 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유재석조차도 커트 없이 폭풍멘트를 쏟아낼 때를 유심히 관찰하면 그도 역시 무도멤버로서의 합당한 비상식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의 기본 논리는 비상식과 억지이다. 물론 그것은 그런 무도의 순도 높은 질량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고, 스스로 평균이하라는 자학적 겸손일 뿐이다. 고백하자면 한동안 무한도전의 자학적 태도가 마뜩잖은 적이 있었다. 웃기면 되는 것이 예능이라지만 멤버들을 지나치게 바보로 만드는 것이 지나치고 작위적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대체 누굴 웃길 수 있으며, 코미디의 기본이 바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기본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특집인 봅슬레이와 최악인 좀비특집, 어떤 것이든 무도가 극과 극의 반응을 끌어낸 저변에는 그렇게 끝없는 자기 괴롭힘이 있다. 이들이 무슨 순례자도 아니고 5년간 쉬지 않는 고행이 좀 지겹기도 할 법한데 무도는 가끔 거르기도 하지만 아무튼 뛰고, 뒹굴고 그리고 동네바보처럼 헤벌쭉 웃는다. 이 반복되는 바보짓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의 무한도전에는 무서운 사회반영이 담겨져 있었다는 점이 더 놀랍고 한편 무섭기조차 하다.

단지 바보들이 즐비한 예능프로그램에 불과한 무한도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이라든지 의미라든지 결정적으로 감동이란 코드를 항상 찾게 된다. 대놓고 감동을 주려고 했던 일밤이 좋은 동기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는 것과 달리 무한도전은 스스로 감동이라 말하지 않고, 그런 생색도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 기회가 오면 이번 200회 특집의 기부처럼 억지인 척해서 웃음으로 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억지와 비상식이 이제는 자꾸만 상식이 되려고 한다. 무한도전은 시청률이라는 기준에는 절대로 최고가 아니다. 그렇다고 마니아적이라고 규정짓기에는 대중적 관심도는 너무 높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로 하여금 마니아적 열광과 집중을 유도할 뿐이다. 그런 무한도전이라고 해서 매번 옳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식객특집도 어렵지 않게 기억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단편이 아니라 5년의 긴 시간 속에 놓여 진 전체로서의 무한도전은 옳았다. 의미로서도 그렇지만 예능의 트렌드 개척에 특히 그렇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Times of 무한도전'이라고 명명한 화면과 자막을 통해 지난 200회에 담아온 무도의 정신과 의지를 밝혔다. 길지 않은 내용이거니와 분명 새겨볼 의미가 크기에 다시 한 번 되새김해보자면 "우리의 시작은 무모했다. 그러나 우리는 답한다. 비인기 스포츠에 도전하고, 1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사진을 찍어 기부하는 일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새로워질 건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이라며 끝을 맺고 있다.

이 부분은 200회의 회고와 정리가 담긴 것이지만 마치 종교의 신앙고백처럼 느껴졌다. 무한도전 일곱 멤버는 뜻 깊은 200회를 맞아 여전히 재미를 주고자 애를 썼지만 짧게 지나간 제작진의 다짐은 무한도전이 그동안 은유나 상징이라는 눈에 잡히지 않던 것들로 표현했던 것들의 심경고백 같았다. 이 무한도전의 고백에 예능을 보면서 하는 행동으로는 참 어울리지 않게 숙연함을 느끼게도 된다.

그리고 또 찾아올 다음 토요일 저녁 일곱 바보가 3대 최악의 특집을 만회하겠다는 억지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도대체가 웃기지 못하는 정형돈, 시끄러워서 채널을 돌리고 싶을 정도인 노홍철, 사실이 아니라고 우겨서 더 사실 같은 바보 정준하, 비호감으로 붕대를 감고 있지만 현실 속에 꼭 하나쯤 있을 법한 싸가지 하하, 무한도전에 음악이 필요할 때에 존재감 떠오르는 길, 갈수록 더 어색해지고 그래서 더 유쾌해지는 2인자 박명수와 더 말할 것 없이 최고이면서 최고의 티를 내지 않는 유재석.

그들의 비상식은 지난 5년간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억지와 비상식으로 점철된 그들의 무리하고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우리를 유쾌하고 통쾌한 주말로 동행케 했다. 고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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