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대가 아닌 국제무대에 모처럼 선을 보이며 쉽게 무너질 줄 알았던 북한 축구가 생각보다 심상치 않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장기간 호흡을 맞추며 월드컵을 준비해온 덕분인지 최근 A매치 평가전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이 속한 조 팀 전력들이 워낙 강해 16강 진출은 어렵다 할지라도 결코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님을 최근 경기를 통해 보여줘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북한은 지난 25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정대세의 2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습니다. 최정예 멤버로 팀을 구성해 경기에 나선 북한은 탄탄한 조직력과 기동력을 앞세워 그리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모처럼 2골을 넣는 공격력까지 앞세워 그리스와 비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최근 A매치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북한은 멕시코 1진, 파라과이 1진에 각각 1-2, 0-1로 아깝게 패한데 이어 그리스전 무승부를 거두면서 자신감을 쌓는데 성공,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 25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북한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이 게임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수비-수비' 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북한이 오히려 더 나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단조로운 공격에 이렇다 할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리스와 다르게 북한은 강한 압박을 통한 상대의 공격 루트를 차단하면서 무력화시키고, 과감한 돌파와 역습을 시도하면서 수비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리는데 성공하며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에 정대세, 홍영조 등 해외파 주축 선수들이 모처럼 손발을 맞춰 위협적인 모습을 과시했고, 1골을 허용하면 또 한 골을 따라붙는 '끈끈함'을 보여주면서 생각보다 전력이 탄탄하게 갖춰졌음을 보여줬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 축구는 수백일간 이어진 훈련을 통한 튼튼한 조직력으로 '끈끈한 축구'라는 팀 컬러를 구축하면서 '죽음의 조' G조에서 반란을 꿈꾸고 있습니다. 빈약한 공격력,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약점도 연이어 계속 되는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정대세, 안영학, 홍영조 등 해외파들이 본격적으로 팀 훈련에 참가하면서 전력이 분명 한층 강화된 모습입니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등이 버거운 상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 간의 조직력이나 어느 팀보다 강한 정신력이 잘 뒷받침된다면 '의외의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가능성을 최근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1966년처럼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심스럽게 '이변'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생겨나는 것도 북한 축구가 최근에 분명히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전력 향상에 열을 올리면서 이제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자리를 잡아간 북한 축구. 정치적으로 다소 민감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동아시아 축구의 대표로서 '한국과 일본'이 아닌 '한국과 북한'으로 자리 잡는 것은 그리 나빠보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 어느 팀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상당한 팀정신으로 무장된 북한 축구가 정말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지, "16강이 목표"라는 김정훈 감독의 말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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