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의혹을 제기했던 자유한국당이 연일 폭로되는 진실에 곤경에 처했다.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했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기 시작부터 '헛발질'을 한 셈이 됐다.

지난 12월 임종석 실장은 UAE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MBC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비리를 뒷조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둬 무마하러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UAE 측의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항의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같은 언론의 의혹제기에 자유한국당은 물 만난 고기처럼 문재인 정부에 총공세를 퍼부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4일 임종석 실장의 중동 방문을 국교 단절 무마용이라고 주장했고, 19일에는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며 국회 운영위를 소집하기도 했다. 26일에는 임종석 실장의 UAE 방문 등에 관한 사항을 UAE 원전게이트라고 이름 붙히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이면합의를 국정원을 통해 조사했다는 보도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칼둔 아부다비 UAE 행정청장이 UAE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임종석 실장 등을 만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급기야 지난 9일 중앙일보가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의 인터뷰까지 보도되면서 자유한국당은 할 말이 사라졌다.

김태영 전 장관은 9일자 중앙일보 <김태영 "UAE 군사협약, 내가 책임지겠다 해 비공개 체결"> 기사에서 UAE와 비밀 군사협정을 맺은 경위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2009년 우리는 UAE 원전 수주를 반드시 해야 했다. 당시 UAE 원전 사업은 거의 프랑스에 넘어간 상태였다"면서 "UAE 왕세제에게 협조를 구해 보니 가능성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전 장관은 "UAE 측은 한국이 UAE의 안보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면서 "UAE는 돈이 많고 땅도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 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원전과 군사협약은 패키지 딜이었다"면서 "군사협약 없이는 원전 수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머쓱한 상황이 됐다. UAE 의혹 추궁을 주도해온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종석 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국정조사까지 요구할 기세였다.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3당 공조 하에 국정조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국회에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김태영 전 장관의 인터뷰가 나간 다음날인 10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종석 실장 특사로 촉발된 UAE 게이트의 본질은 문재인 정권의 과도한 정치보복이 초래한 외교적 위기"라면서 "양국 특사가 오가고 나서야 비로소 해결될 정도로 심각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그(칼둔)가 오면 모든 것이 풀린다고 했는데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하며 의혹제기를 이어가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자유한국당이 주장했던 것들이 대부분 근거없는 의혹제기였고,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시절 비밀리에 군사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9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이번 상황을 초래한 홍준표, 김성태 두 분이 지금 직을 걸어야 된다고 본다"면서 "다 내용이 나와 국정조사가 이미 돼버렸다. 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JTBC 신년특집 토론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에 보수 측 패널로 참석했다가, 진보 패널의 공격에 시종일관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해 네티즌들로부터 '혼수성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UAE 헛발질로 또 다시 '혼수성태'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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