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예능의 대표주자 <무한도전>이 200회를 맞아, 알뜰한 방송을 준비했다. 급결성한 뚱's 정형돈-길의 코믹 힙합송 '고칼로리', 유재석이 무도멤버 전체를 흉내 낸 '1인7역', '퀴즈가 좋다'를 패러디한 '기부가 좋다', 박명수의 'FYAH(퐈이야)공연', 시청자가 직접 뽑은 최고와 최악의 특집 베스트3, 가상으로 꾸며 본 35년 후 '무한도전 2000회 특집' 등 다채로웠다.

이 밖에도 최악의 특집 3종 세트 '인도-여자-좀비'를 묶어,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았다. 강도 높은 재미를 위한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받은 무한도전 멤버들은, 200회의 여운을 다음 주까지 이어가게 됐다.

다양하게 준비한 코너들은, 무지개떡같은 일곱명(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길,하하)을 통해, 색깔 있는 웃음과 재미를 추구했다. 그렇다면 감동은 없었을까. 아직도 진한 남아있는 봅슬레이특집의 자료 화면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보장하고 있었다.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무한도전 200회 특집. 그러나 모든 선물세트가 그러하듯, 때로는 불필요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도 있기 마련이다. 방송 후, 갑론을박을 낳는 '기부가 좋다' 코너가 그러하다.

리얼예능의 양면성이 부른, 억지기부논란

'기부가 좋다'의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자발적인 기부가 아닌, 강요에 의한 기부형태를 띠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맞출 때마다, 자비로 기부를 해야하는 멤버들. 맞출까 말까를 고민하거나, 박명수처럼 알면서도 틀리는 사례도 적발(?)됐다. 막상 정답을 맞춘 멤버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고, 정답을 말하는 태도도 개운치 못했다.

결국 하하를 최고의 기부왕으로 탄생시키는 동안, 통쾌한 웃음도 훈훈한 감동도 없었다. 덕분에 방송 후 억지기부논란만 낳았고, 퀴즈의 진행자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업시키려 노력하던 유재석은, 기부에 동참하지 않는 특혜를 받았다며, 일부 시청자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기부가 좋다' 논란은, 리얼예능의 양면성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리얼'VS'예능'이 배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 멤버들은 '기부가 좋다'가 진행되는 동안,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엔 '리얼'보다는 '웃음'에 가까운 계산이 깔려 있다. 재미를 위해 혹은 기부를 티내고 싶지 않았던 반대심리와 행동이, 기부에 대한 정색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시청자는 둘로 나뉠 수밖에 없다. 그들의 행동을 재미로 바라보는 시각과 강요섞인 기부는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는 불편한 시각이다. 제작진이 노린 것도 바로 이것이다. 마치 학교에서 성금을 모으듯이, 강요가 없으면 기부에 인색한 사회분위기를 풍자함으로써, 웃음을 끌어내려던 제작진.

그러나 무한도전은 리얼예능이다. 진행자 유재석을 제외한 모두가 일관된 제스처를 보였다는 것은, '기부가 좋다'야 말로 멤버간에 짜고 친 고스톱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기부가 좋다'는 재미도 감동도 잡지 못한 실패했던 아이템이 될 수밖에 없다. 의도와 달리, 혼자만 튈 수 없었던 멤버들이 같은 행동을 보였고, '억지기부' 논란만 생산하고 말았다.

200회를 맞아 시청자의 무한사랑을 '나눔'으로 보답하려던 제작진의 의중은, 이미 오프닝부터 읽을 수 있다. 자비로 새앨범을 낸 박명수에게 기부를 강요하는 듯한 멤버들의 분위기는, 결국 200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불러온다. 박명수를 억지기부천사로 만든 후, 김태호PD는 정준하를 신발기부에 참여시켜, 박명수에게 강요되고 집중됐던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뚱스 정형돈-길의 '고칼로리'에서도, 정형돈은 햄버거를 객석에 던져 주며, '나눔'이란 크고 작던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특집의 구석구석에 재미있게 배치시킨 나눔과 기부를, '기부가 좋다'를 통해 극대화시키려던 제작진의 빛나는 아이템은, 리얼과 예능이 부딪히는 마찰을 견디지 못했다.

'기부'라는 아이템속에 리얼과 예능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촉매, 일종의 반전이 아쉬웠다. 김태호PD라면, 마지막에 뭔가를 준비했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예를 들어,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사람에게 무도만의 혜택을 터트렸다면, 마지막에 웃어야 할 하하의 씁쓸한 미소도 리얼로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기부를 예능으로 포장하는 멤버들의 방법이 서툴렀고, 리얼과의 구분도 모호해져, 불필요한 논란을 부른 셈이다.

누구나 생각할 순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기부. 무한도전은 200회를 맞아 '기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시청자의 사랑으로 수많은 도전과 기적을 일구며 200회를 달려왔다. 그 사랑을 나누고 돌려주겠다는 의미. 201회부터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다짐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늘 기부에 앞장섰던 따뜻한 예능 <무한도전>이, 정작 예능으로 승화시키려던 '기부가 좋다'만큼은 맛스럽게 살려내지 못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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