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KBS 차갑진 시청자센터장이 '편파방송'을 이유로 보직 사퇴한 데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김서중)이 "노골적인 충성고백"이라고 지적했다.

▲ 12월13일자 동아일보 8면.
민언련은 14일 논평을 내어 "정년퇴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자센터장 보직을 사퇴하며 기자회견까지 여는 것은 본격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줄을 서보겠다는 정략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차갑진 씨는 차라리 KBS를 떠나 유력 대통령 후보가 있는 한나라당으로 가는 것이 공영방송 KBS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다만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국민의 방송 KBS을 흔드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또 13일자 동아일보의 <"KBS 편파방송 시정 안돼" 차갑진 시청자센터장 사의> 기사를 언급하며 "차씨에 대한 방송사 내부의 논란과 문제점은 모두 생략한 채, 차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부각시켜 보도함으로써 'KBS 때리기'에 일조한 기사"라고 비판했다.

KBS 차갑진 시청자센터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KBS 정연주 사장의 편파방송과 적자경영을 성토하며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박승규)는 "정치권에 줄 대려는 인사는 KBS를 떠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다음은 이날 민언련이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KBS에 대한 '편파방송 주장'은 명백한 폄훼이다

차갑진 KBS시청자센터장이 12일 시청자센터장 보직을 사퇴했다. 차갑진 씨는 KBS가 "'희대의 사기꾼' 김경준이 국내로 송환된 때부터 편파 방송 비판이 비등점을 치닫게 하고 있다"며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자 겨냥한 아이템, 제목, 커트, 화면 구도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KBS 편파성을 제기한 자신을 길들이기 위해 자신의 지휘를 받던 모 팀장에 대해 사찰이 이뤄졌다는 점 △자신에 대한 특감 시도 △정연주 사장 세력의 자신에 대한 흠집 내기 △정 사장의 탈세 △정 사장의 4년 적자 경영 등을 사퇴의 이유로 내세웠다.

공영방송 KBS 간부인가, 한나라당원인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쪽 줄서기로 논란이 된 것은 지난 10일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박승규)는 성명에서 "경영진의 한 인사가 지난 9월을 비롯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방송연설 녹화를 위해 KBS를 찾을 때마다 녹화 현장에 나타나 이 후보를 만났으며 '자연스럽게 하십시오'라는 조언까지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후보가 KBS를 찾은 지난 5일에는 이 후보 옆에 있는 모습이 다른 방송사 뉴스 카메라에 잡혔고 7일에도 대선 후보 연설 녹화장 주변에 서성이는 모습이 조합원들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에 KBS노조는 "'공영방송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차원의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시청자센터장 사퇴를 주장했다.

차씨가 주장한 내용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내용과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5일 방송위원회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에 지난 3일 방영됐던 KBS1<시사기획 쌈> '대선후보를 말한다 - 무신불립(無信不立)' 편이 편파방송이라며 불만을 접수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차 씨도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BBK'와 '김경준 씨'를 다룬 〈미디어포커스〉,〈시사기획 쌈〉등이 KBS의 대표적인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포커스>와 <시사기획 쌈>은 KBS의 공영성과 언론기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눈엣가시'같은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유권자에게는 대선 후보들의 도덕성과 책임의식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 권익을 우선해야 할 공영방송의 '시청자센터장'으로써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불리하다고 해서 무조건 '편파성'이라고 우기는 것은 한마디로 그 업무를 수행할 자질이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양심선언'을 가장한 '노골적인 충성서약'은 자유지만, 공영방송은 흔들지 말라

우리는 시청자센터장의 위치를 망각하고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에 줄서기한 차씨가 공영방송의 주요보직에 앉아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할 따름이다. 특히 정년퇴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자센터장 보직을 사퇴하며 기자회견까지 여는 것은 본격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줄을 서보겠다는 정략적 행동이며 노골적인 충성고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갑진 씨는 차라리 KBS를 떠나 유력 대통령 후보가 있는 한나라당으로 가는 것이 공영방송 KBS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따라서 아무도 차씨를 붙잡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국민의 방송 KBS을 흔드는 것은 안 된다. 우리는 KBS가 한나라당만을 위한 '공정방송'을 하지 않고, 국민과 유권자가 요구하는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고 지켜나갈 것이다.

한편 오늘 동아일보는 8면 <"KBS 편파방송 시정 안돼" 차갑진 시청자센터장 사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차씨에 대한 방송사 내부의 논란과 문제점은 모두 생략한 채, 차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부각시켜 보도함으로써 'KBS 때리기'에 일조했다. 우리는 동아일보의 한나라당 줄서기도 더이상 비판하지 않겠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견기사가 아닌 사실기사에서는 최소한 사실관계만이라도 제대로 다루려는 언론의 기본적인 자세마저 저버려서는 안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직인생략)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