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비담 김남길이, 복수를 꿈꾸는 건욱으로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는, SBS 새수목드라마 <나쁜남자>. 2회를 마친 지금, 옴므파탈 김남길의 변신은 합격점을 주기에 무리가 없었다. 거칠고 냉소적면서도, 타겟으로 삼은 여성 앞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뽐낼 줄 아는 건욱은, 김남길표 '나쁜남자'로 완성됐다.

근데 나쁜 남자 건욱(김남길)이 낯설지가 않다. 이유는 일본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에 기무라 타쿠야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 나쁜 남자는 많다. 그러나 옴므파탈 건욱을 만든 배경, 스토리라인, 관련된 주요 등장인물들에 '싱크로율 짝대기'를 오가다보니 <나쁜남자>는, 어느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이 되어 있었다.

미스터리 멜로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을 봤던 시청자라면, <나쁜 남자>의 스토리를 쫓아가는 데, 별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쌍둥이 드라마의 형태를 띠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형민PD의 이전 작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복수와 출생의 비밀', OST 'Resolver' 정도에 불과했다. 등장인물, 극의 전개나 스토리라인은 분명 달랐다.

그러나 <나쁜 남자>만큼은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을 제대로(?) 참고한 듯하다.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단순히 1,2회에 일어난 사건만 돌아봐도, 자살로 가장한 살인사건, 사건을 파헤치려는 형사, 해신그룹 막내딸 홍모네(정소민)의 요트, 생일파티 등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건욱의 접근. 어릴 적 건욱의 등에 입은 상처, 문재인(한가인)과 홍모네의 관계 등, 찾아보면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다.

특히 닮은 씬들은 단발성으로 벌어지고 끝날 에피소드가 아닌, 스토리의 줄기이자 연결고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두 드라마 사이에도 차이점은 존재한다. 또한 2회 밖에 방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쁜 남자>가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노출된 닮은 점을 어떤 루트로 희석시키고 차별화를 꾀할 지도 시청 포인트가 될 법하다.

미진한 존재감, 한가인은 돌연변이 캐릭터?

1,2회를 통해, 가장 눈에 띄었던 배우는 김남길과 정소민이었다, 특히 홍모네역을 맡은 신인 여배우 정소민은, 주인공 한가인과 오연수보다 많은 분량에 등장했고, 시청자의 호평을 끌어내기까지 했다. 주인공 역전현상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지만, 드라마가 철저히 나쁜 남자 김남길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에서도 극 초반엔 여주인공 후카츠 에리보다, 재벌 딸 이가와 하루카가 기무라 타쿠야와 극의 중심에 섰었다. 홍모네는 이가와 하루카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후카츠에리와 기무라타쿠야로 압축되듯이, 결국 <나쁜 남자>도 '한가인-오연수'와 김남길로 갈등이 증폭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나쁜남자>에서 후카츠에리는 누구일까?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출세욕망을 가진 문재인(한가인)보다는, 태신그룹의 홍태라(오연수)에 가깝다. 유전자 검사결과 태신그룹의 회장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파양된 건욱. 그를 데리러 오던 길에 친부모가 교통사고로 죽고, 건욱은 태신그룹에 복수심을 불태우는 나쁜남자가 되었다.

건욱과 잠시나마 가족이었던 홍태라. 건욱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그에게 빠져드는 태라는 후카츠에리와 흡사하다. 반면 재인의 성격, 성장배경, 홍모네와의 관계는 언뜻 후카츠에리를 연상시키나, 건욱을 태성(김재욱)으로 오인하고 사랑보단 출세를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측면은 새롭다. 후카츠에리에서 나온 돌연변이 캐릭터라고 할까.

후카츠에리에서 분리된 캐릭터가 태라와 재인이고, '기무라타쿠야-후카츠에리'는 '태라-건욱-재인'의 삼각관계로, <나쁜 남자>만의 러브라인을 확장,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1,2회에 '미친' 존재감을 정소민에게 빼앗기고, '미진한' 존재감에 머물렀던 한가인과 오연수는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에서의 후카츠에리 코스를 밟고 있다. <나쁜 남자>가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을 참고했다고 볼 때엔, 당연히 극 초반은 신인이긴 하나 정소민에게 내주는 게 맞다. 고로 한가인과 오연수의 연기평은, 좀 더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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