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8일 청주시에서 폐지 손수레를 끌던 70대 여성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경찰은 숨진 노인에게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도 없어 신원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폐지 수거 노인의 사고는 놀랄 일이 아니다. 매달 꾸준히 사망 사고 기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청주에서 일사병으로 숨진 노인도 있었다. 사고에 노출된 채 폐지 수거를 하고 있는 노인들의 삶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명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폐지를 줍는 82세 고대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폭염 속 무거운 폐지 손수레 끄는 노인(연합뉴스)

고씨는 청주 사망 소식에 한숨을 쉬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살아보려고 폐지를 줍는 건데, 고생하다가 그렇게 되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렇게 버는 돈은 하루에 1만 원이라고 한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을 일하는데 많이 벌면 1만 원이다. 조금 벌 때는 몇 천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급으로 따지면 830원 정도다.

그마저도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고씨는 “폐지를 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한동네에도 몇 십 명씩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씨가 일을 나서는 이유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그만두면 안 되나’는 앵커의 질문에 “13살에 이북에서 남하했다. 어떻게든 돈만 벌어야 했고, 몸 생각은 하지도 않고 살았다”고 답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고씨는 “폐지 줍다 보면 차를 못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불법 주차 차량도 문제다. 그는 “불법 주차 차량을 긁었는데 돈을 달라고 했다. 한 달 벌이를 말이다. 한 달 뒤에 주겠다고 하니 자식 데리고 오라고 하더라”며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경찰서에서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야광조끼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폐지 수거 노인 사고에는 구조적인 복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폐지 수거 노인 사고는 한국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숭실대)

폐지 줍는 노인들의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국민 연금도 못 받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부양의무자 규정에서 제외되고 있다. 자식이 일정 규모의 소득이 있어 기초수급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양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가정이 화목하지는 않다

그렇다. 경제적 부양을 하지 않는데 자식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국가에서 지원을 제한한다. 십 년 째 부모 얼굴 보지 않는 자식도 있는데, 이건 모순이다. 일부 외국에서는 자녀가 돈을 많이 벌어도 부모가 빈곤하다는 증명을 받으면 수급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가족 부양 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넓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

기초수급 혜택을 받는 노인도 폐지 수거에 나서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초 연금이나 이런 저런 보조금만으로 생활이 어렵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생계 수단으로 폐지 수거에 나서는 것이다. 거기에 고령화 사회까지 겹치면서 경쟁도 심해지고, 그들끼리의 갈등도 생긴다. 나이도 60대는 보기 힘들다. 70대에서 80대까지 일을 나서고 있으니 위험은 높아진다

경찰에서 최소한의 안전(교육, 야광 조끼)을 제공하고 있다

그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하루 종일 일하는 어르신이 야광 조끼 같은 걸 매일 챙기기도 어렵다. 문제는 노인 복지와 안정적인 일자리다. 그들에게 생계가 될 수 있는 일자리와 생계비 보전이 필수다. 노인들이 생계비 때문에 ‘폐지 수거’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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