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다양한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민들이 대략 200만 명 넘게 살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광주시를 제외한 전라남도의 인구가 179만 명임을 감안할 때, 정말 많은 숫자의 이주민들이 한국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이주민 혹은 이주노동자를 떠올렸을 때의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소중한 책 한 권이 있다. 이주민 구술생애사 담 프로젝트 <담을 허물다>가 바로 그 책이다.

<담을 허물다> 홍보용 웹자보

사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1년 전 경기도 수원시 모처에서 열린 2017 경기이주공대위 1차회의에서였다. 일단 경기이주공대위가 어떤 네트워크인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략히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이주공대위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반대와 노동비자쟁취를 위해 2004년에 지역에서 구성한 공대위이다. 문화제와 단속추방반대를 위한 수원출입국 앞 집회, 이주실태조사,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법교육, 인권교육, 산업안전교육을 진행하였고, 이주공동행동과 연계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퇴직금 출국 후 지급관련 화성시, 수원시 등에 이주노동자가 많이 가는 식당 등과 시장에서 반대서명을 받기도 하였고, 치료를 받지 못하는 단속된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화성출입국보호소에서 기자회견을 하여 이주노동자가 병원에 주기적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게 한 성과도 있었다.

또한 이주노조 합법화를 위해 성명, 1인 시위, 언론에 기고, 대법원 집회 등을 독자적으로 개최하는 등 이주운동에 기여하고 있다. 이주공동행동 등과 이주민메이데이, 여러 중요한 이주집회의 주관단체로 이름을 올리고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와 함께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러 현안에 대하여 독자적인 성명을 내기도 하고 노동부 경기지청 등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집회도 수차 진행하였다. 참가단체는 민주노총 경기본부, 수원이주민센터, 이주노동조합, 아시아의친구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다산인권센터, 노동당, 녹색당, 변혁당, 노동자연대 등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 1년에 몇 차례씩 크고 작은 집회와 기자회견, 캠페인, 1인시위 등을 진행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몇 번의 발언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1년 동안 이주민 구술생애사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었다. 좋은 의도이지만 과연 1년 안에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 책으로 나오려면 더 많은 재정과 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당시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촛불집회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이주노조 조합원 동지의 이야기라거나, 여러 이주활동가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책이 나온다면 두고두고 읽힐 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다.

이주노조에서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인터뷰어로 이주노조 조합원이 참여하고, 중간 중간 경기이주공대위 회의에서 프로젝트 보고와 예산지원 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년이 다되어갈 무렵 여성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 이주노조 조합원, 이주청소년, 이주노동자 영상활동가, 종교적 난민신청자, 귀국 이주노동자 등 총 7명의 이야기가 담긴 이주민 구술생애사 담 프로젝트 <담을 허물다> 책이 완성되었다. 책 출간 후 12월 15일 수원 청년바람지대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주민들과 이주노동자 활동가들과 함께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이주민 구술생애사 <담을 허물다>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토크콘서트의 시작은 1년간 경기이주공대위의 활동영상이었다. 건설현장의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을 촉구하는 활동,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맞이 경기지역 토론회, 고용허가제로 인한 죽음과 비닐하우스 주거문제 등을 알리는 선전물 배포,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홍철호 국회의원 규탄 기자회견, 한국인 남성 동료에 의해 살해당한 태국 여성노동자 추모제 등 2017년 한 해 동안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증진을 위해 펼친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1부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배경청소년 황윤호 씨의 편지낭독, 북한이탈주민 트롯트 가수인 김복주 씨의 노래공연 등이 이어졌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과 북한에서 건너왔고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차별에 노출되어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안에 또 다른 이주민들이 존재함을 새삼 깨달았다.

2부는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섹알마문 동지를 비롯하여 함께 이 책을 만든 이주단체 활동가들을 모시고 평소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였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화성외국인보호소 안의 이야기, 이주노동자로서 영화를 찍는 이유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 순서는 토크콘서트 사회자로 참여했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푸우 동지가 깜짝 보컬로 변신하여 ‘울림밴드’ 공연을 선보였다. 토크콘서트가 끝난 이후 현장에서 책을 몇권씩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후 단체별로 10권씩 구매해서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곳도 있었다.

인터뷰를 실은 이주노조 조합원이 <담을 허물다>를 들고 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여담 하나, 프로젝트 이름인 ‘담’은 사실 다의어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주민들의 이야기들을 담는다는 의미의 ‘담’과 그만큼 한국 사람과 이주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담’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담 기획단이 발간한 서적 <담을 허물다>를 구매하실 분들은 기획단 이메일 rotefarhe@hanmail.net로 신청메일을 보내면 된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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