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구속되었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법원으로부터 인정된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친박과의 선긋기가 배경에 있었겠지만, 그 외에도 소위 친박들 역시 최 의원의 구속에 이렇다 할 발언이나 행동이 없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로써 검찰의 국정원 특활비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와 동시에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국정원 특활비 35억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추적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4일 다수의 매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 중 대부분이 사익 추구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2014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눈에 띄는 부분은 액수는 많지 않지만 차명폰 51대분으로 지급된 1300만원 부분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차명폰, 일명 대포폰을 그토록 많이 필요했었다는 사실이 새삼 참담한 감상을 줄 뿐이다. 또한, 문고리 3인방을 관리하기 위해 활동비와 휴가비 등으로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썼고, 의상실 운영비로도 7억 원가량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세금이 이토록 엉뚱하게 흘러가 흥청망청 사용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최경환 의원의 구속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기소가 문제가 아니다. 특활비라는 명목으로 사사롭게 유용되는 세금 모두를 찾아내고, 차단해야만 하는 숙제가 남는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및 국회에 특활비 전모를 모두 밝혀야 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그런데 최경환 의원의 구속과 함께 보도된 암울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국정원 특활비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2015년부터 참여연대는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쯤 되면 국회는 당연히 그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4일 국회는 ‘의정활동이 위축된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단독] '특활비 내역' 공개 못하겠다는 국회…대법에 상고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이 같은 사실은 4일 JTBC <뉴스룸>의 단독보도로 알려졌는데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직 국회의원이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수수해 구속되는 상황 속에서 국회가 짐짓 모르는 척하며 국회 특활비에 대해서 덮어버리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태도이다.

국회가 연간 사용하는 특활비는 72억 원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돈들은 모두 원내대표단이나 국회 상임위 의원들이 나눠쓴다고 한다. 경조사비로도 쓰고, 골프에도 쓴다. 굳이 일일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국회가 쓰는 특활비가 떳떳하다면 두 번이나 패소하고도 또 대법원에 상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특별결의를 위한 긴급회의에서 김성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특수활동비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회는 자신들의 특활비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를 거부하면서 이전 청와대 등 다른 기관의 특활비 사용에 대해서 비판했었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는 것이다. 국회의 이런 이중잣대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야당들이 한목소리로 공무원 증원만큼은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정작 국회의원 보좌관 증원은 일사천리로 처리해버리기도 했다.

국정원이든 어떤 곳이라도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투명하게 그 쓰임이 밝혀져야 한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에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시민단체와 소송을 이어가며 극구 숨기려는 자세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도대체 의정활동에 쓰인 국민 세금에 비밀스러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국회는 국민의 눈마저 가리려 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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