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가 보고서를 통해 새로 시작한 MBC '뉴스데스크'의 연이은 보도 사고를 비판했다. 민실위는 MBC의 프로그램 공정성 감시를 하는 노조 내부 기구다. 민실위는 "타성과 관행이 낳은 사고"라며 "재건과 혁신은 훨씬 더 고통스러운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실위는 4일 보고서를 내어 "'뉴스데스크'라는 타이틀을 다시 걸고 메인 뉴스를 방송한 지 9일이 지났다. '뉴스데스크'는 기존 보도에 대한 반성으로 방송을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그 다짐이 무색하게 불과 며칠 사이 뉴스 제작의 기본과 기초를 망각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민실위는 우선 가장 최근 불거진 '지인 인터뷰' 논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취재윤리 위반은 물론이고 MBC뉴스가 '시민 인터뷰'를 활용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일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 입장을 담은 리포트에서 자사 인턴기자였던 A씨를 시민으로 내세워 인터뷰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뉴스데스크'는 논란이 된 다음 날인 2일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보도행태이며 취재윤리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사과했다.
MBC <뉴스데스크> 2018년 1월 2일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민실위는 "그렇다. 여론 왜곡 우려가 있는 보도행태이고 취재윤리 위반이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과는 표피만을 짚었을 뿐이다. 시민 인터뷰, 이대로 좋은가?"라고 꼬집었다. 민실위는 "우리는 시민 몇 사람의 인터뷰로 여론을 들어봤다고 과연 자신할 수 있을까"라며 "문제는 단순히 기자의 지인을 등장시켰다는 데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리포트를 제작한 기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혁명을 지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인식했는데, 그런 사건들이 헌법 정신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한 A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민실위는 "이 문장과 인터뷰는 개헌, 특히 정치 체제에 대한 하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훨씬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한다"며 "기사의 인터뷰는 이런 질문에 응답 가능한 여러 의견 중 하나만을 대표하고 있을 뿐 '모자 씌우기'처럼 가볍게 넘어가는 인터뷰로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MBC<뉴스데스크> 2018년 1월 1일 방송과 <엠빅뉴스> 2017년 12월 7일 방송 화면 갈무리
이어 민실위는 "리포트의 구색을 위해 반사적이고 습관적으로 방송용 인터뷰를 하는 관행이 곪아 터진 것"이라며 "인터뷰를 리포트의 형식적 완결성을 위한 의무적인 양념처럼 생각하는 관성이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방송 리포트의 품질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인터뷰가 충분한 고민없이 관습적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민실위는 '뉴스데스크'가 지난달 26일 제천 화재 당시 CCTV 영상을 통해 소방대원들이 '우왕좌왕'했다고 보도했다가 사과한 데 대해 "왜 취재하지 않았나?"라고 따져물었다. 민실위는 "언제부터인가 특히 사건사고 기사에 있어 CCTV와 블랙박스 만능주의가 자리 잡았다"며 "'새 그림을 확보하면 기사가 된다'는 보도국에 자리 잡아버린 낡은 타성과 속보 관행이 만들어낸 사고"라고 진단했다.
민실위는 "탄탄한 취재가 뒷받침되지 않은 '그림'은, 그 자체로 의미 없는 정보일 뿐"이라며 "기자의 역할은 그 정보 더미 속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림 좋아?'라는 질문은 과연 정당한가?"라고 되물었다.
민실위는 "파업이 끝나고 현장으로 복귀했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온 취재·제작 방식, 하루하루 리포트에만 집중하는 '납품' 현실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재건과 혁신은 훨씬 더 고통스러운 과정이어야 한다"고 총평했다.
민실위는 새로 시작한 '뉴스데스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사례 외에도 중요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다음 보고서에서 추가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MBC본부는 MBC보도국 핵심관계자들과 협의해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정책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