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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함께하는 MBC 동지들을 신뢰한다[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8.01.05 08:44

1월 3일자 <피디저널> 지면에, MBC 뉴스데스크의 지인 인터뷰 출연을 통한 여론 왜곡 논란에 관해 썼다. 사실 많이 망설이다 쓴 거다. 별 것 아닌데도, 이틀이 꼬박 걸렸다. 접을까도 고민했지만,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덮기로 하고 겨우 대충 마감한 것이다. 개헌이라는 정치적 핵심 사안에 관한 공영방송(뉴스)의 ‘여론 왜곡 가능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제대로 터치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쉽게 마무리하면서도, 너무 깐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미안한 느낌이다. 애정 어린 채찍으로 받아줄 거라 믿지만, MBC 내부 선수들이 괜히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같은 편끼리. 옆 사람이 슬쩍 한 마디 거든다. 당분간은 서로 좀 봐 줘야 하지 않나요? 아냐, 불편하며 또 불리하기도 한 같은 편 까기,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하는 거라면 내가 하고 욕보는 게 맞지. 그렇게 자위하며 글을 보낸다. 공론, 토론을 희망하며. 

MBC <뉴스데스크> 2018년 1월 2일 방송화면 갈무리

그리고 다음날 아침, SNS를 통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민실위 보고서’를 접한다. 그리고 크게 안심하게 된다. 울컥 감동마저 느낀다. 글이 마음에 쏙 든다. 같은 생각이다. 보고서 타이틀은 이랬다. “타성과 관행이 낳은 사고 - 우리는 파업을 통해 과거와 제대로 단절했는가?” 팍 가슴에 다가온다. 파업투쟁을 넘어 변화를 시도하지만, 아직까지는 과거체제와 제대로 단절하지 못했다는 철저한 반성, 냉정한 자기비판의 논조가 타이틀에서 벌써 감지된다. 

사실, 보고서 내용은 내가 지적한 바와 대동소이했다. 안팎에서의 같은 생각. 오히려 사례가 훨씬 더 포괄적으로 직조된, 분석이 디테일하고 비평이 래디컬한, 아주 잘 작성된 자성적 텍스트다. 결론은 이렇다. “언젠가 맞을 매를 지금 맞게 된 것은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관행과 단절해야 하는지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세운 채 성급히 나선 것이 아닌지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처절하게 싸웠던가? 면죄부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공영방송 저널리스트로서 준비돼 있는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동지(同志). 아쉽고 부족해 비판했는데, 그 비판과 지적에 선뜻 동의를 표하면서 이리 적극 응대하는 동지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런 저런 실수와 잘못 혹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거뜬히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진실의 저널리즘에 충실한,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로 무장한 MBC ‘뉴스데스크’를 곧 새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동료에 대한 신뢰, 동지적 유대를 갖게 된다. 

기꺼이 동지라고 부르고 싶은 지조 있는 방송노동자, 생각 깊은 언론노동자들. 번지르르한 말만의 사과와 반성, 언어로 공식·형식화한 유감 표시와는 전혀 질감이 다른 반성적 행위를 보인다. 책임의식을 보여준다. 멋지고 고맙다. 감동적인 친구들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운동효과. 그런 느낌을 같은 날 <경향신문>에 난 ‘뉴스데스크’ 박성호 앵커의 진심이 담긴 성찰적인 모습에서 더욱 다지게 된다. 우연인가?

MBC 뉴스데스크의 복구, MBC 뉴스의 정상화,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신뢰회복을 말 그대로 매일 같이 최전선에서 책임져야 하는 기자. 오랜 해직 기간 동안, “균형과 중립을 넘어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고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게 ‘공정보도’임을 간파한 논문으로 자기 철학을 다진 연구자. 요즘은 사과하고 고개 숙이기 바쁜 앵커. 그는 카메라 바깥에서 이렇게 자신과 MBC 뉴스의 위치를 돌아보고 있었다

“사과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터져 나와 많이 부끄럽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신뢰를 얻어야겠지만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주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혼날 건 혼나야 한다. 이번 일로 기본이 많이 무너져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사장이 바뀌고 기자들이 바뀌었다 해서 시청자들이 MBC를 봐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진득하게, 뚜벅뚜벅 제 역할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별 것 아니라 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 압축된 진술에서 결코 그리할 수 없는 담담한 진심을 엿본다. 성찰의 근간인 수치심,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내뱉는 진담(眞談)인 게 확실하다. 진지한 각오, 차분한 결심 그리고 강고한 의지. 욕을 보고 욕을 들으며, 잘못에 대해 서둘러 사과하게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면서, 그렇게 처절하게 깨지고 다시 힘겹게 고치면서, 그러면서 무너진 MBC 저널리즘의 기본을 하나하나 새로이 세워가겠다는 결기를 발견한다. 

말은 인성을 표현한다. 언어는 개성의 표면이다. 앞선 보고서의 텍스트가 열렬히 자기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저널리스트의 얼굴들을 비추고 있다면, 위 카메라 바깥 앵커의 언어들은 MBC뉴스의 말 그대로의 회생을 두 어깨에 짊어진 복직 언론인의 보다 진중하고 차분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둘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같이 지금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안팎의 애정 어린 비판과 합쳐, 공영방송 저널리즘 정상화는 앞당겨 실현되지 않을까?

PD수첩 기자간담회 사진(MBC 제공)

그런 믿음을 갖고, 같은 날 열린 <PD수첩> 기자간담회 소식에 귀 기울인다. 한학수, 박건식, 조준묵, 김재영, 유해진. 결코 만만찮을 작업장에 재입장하는 반가운 선수들의 명단과 얼굴을 꼼꼼히 챙겨 본다. 파업이 끝나자 바로 자원해 저널리즘 복구의 최전선에 투입된 에이스들. 본인들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그들과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아 왔고 앞으로 또 오래 지켜볼 모두가 감개무량해진다. 비장한 순간, 신뢰는 더욱 커진다. 다시 만들어낼 수 있겠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천천히 가겠다는 동지들. 새롭게 시작하는 부족한 것 많을 프로그램에 따뜻한 격려, 단호한 질책을 부탁했다. 물론이다, 동지들이여, 당연히 그럴 거다, 동무들. 친구를 반겨서가 아니다. 다시는 공영방송을 역사부정의 반동에 맡기지 않기 위해, 진실과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보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더욱 철저히 감시하면서 신뢰의 MBC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그 복구현장의 동지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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