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8.12.19 수 12:13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톺아보기
‘신과 함께-죄와 벌’, 자본의 카스트 제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씻김굿 판타지[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1.03 14:13

영화 시작과 함께 소방관 김자홍이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한다'. 아직 자신의 죽음을 채 받아들이지도 못한 김자홍(차태현 분) 앞에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 그가 '의인'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저승사자 트리오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 그리고 강림(하정우 분)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저승사자와 함께 김자홍은 그의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게 된다. 

화려한 CG와 함께, 두 명의 판관 그리고 각 지옥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개성 있는 수장들로 이루어진 7번의 지옥.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인 김자홍의 뜻밖의 사연과 예상 밖의 복병처럼 등장한 악귀로 인해, 관객들은 자연스레 의인 김자홍의 순조로운 재판 성공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게 된다. 더구나 덕춘의 호들갑이 불안하듯 모든 것이 무사통과일 것이라던 7지옥은 그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넘어서는 것이 없으니,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누군가의 말처럼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 이미지

의인 김자홍으로 분한 차태현이 그 친숙한 유명세로 이 대중적 영화의 바람을 잡지만, 본격적인 지옥의 수난사가 시작된 영화의 주인공은 어느 틈에 악귀로 등장한 김자홍의 동생 수홍(김동욱 분)의 의문사에 대한 석연찮은 사연이다. 죽은 뒤 의인이 된 형 김자홍과 의문사로 악귀가 되어, 의인이 된 형의 앞길을 막아서는 동생 수홍의 굴곡진 사연은 궁극에 그들의 지지리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슬픈 사연으로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악연인 줄 알았더니 그리움이었던 그 형제애의 대단원은 '어머니의 갸륵한 모정'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덕분에 관객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한 가족애의 현장을 목도하고 일곱 지옥을 무사히(?) 통과한 자홍에 안도하게 된다. 또한 저승사자들에 의해 의인이 될 수홍에 안심하며, 비록 두 아들을 보냈지만 그들과 못다 한 회포를 꿈속에서나마 푼 어머니에 미련을 덜어내고 마음 편하게 극장 문을 나선다. 그 어떤 액션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흥미진진했던 49일간의 지옥도 롤러코스터의 재미를 덤으로 느끼며. 

불교의 지옥도를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씻김굿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 이미지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는 마치 씻김굿과도 같다. 영화는 불교에서 전해지고 있는 저승과 7 지옥도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7지옥을 거쳐 환생에 이르는 자홍의 통과의례는 우리 무속신앙의 씻김굿과도 같다. 죽은 자가 이승에서의 한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이승을 헤맬까 저어하여,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진행되는 의식이 바로 우리 전통신앙의 씻김굿이다. 그리고 <신과 함께>는 저승의 7지옥이라는 매개를 통해, 결국은 환생조차 거부했던 김자홍이 살아냈던 이승의 고달픈 삶을, 그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동생 수홍의 한을 풀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형제와 그 어머니의 고달픈 삶을 목도하고 공감한 관객들의 마음을 위무한다. 

따지고 보자. 해피엔딩인 것 같지만, 사실 이승에서 두 형제의 삶은 비극이다.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 병든 어머니와 철없는 동생에게 몹쓸 짓을 하려다 집을 떠난 김자홍의 삶은 내내 고달프다 못해 버거웠다. 소방관이라는 직업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을 그는, 그 낮의 직업이 끝난 밤에도 쉬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온갖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의인'이란 덕춘의 추켜세움에 '돈' 때문이라 답했던 김자홍의 돈은 그의 죄책감과 의무감의 동의어다. 그런 그가 이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누룽지가 잘 만들어지는 밥솥을 사, 편지까지 써놓고는 이승을 하직했다. 저승사자에 의해 덜컥 저승으로 인도되었지만, 예전 <전설의 고향> 버전이라면 억울해서 이승을 떠돌만한 사연이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 이미지

동생 수홍은 한 술 더 뜬다. 홀로 된 어머니, 심지어 그토록 기다리던 형마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형편에, 이제 일주일만 더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보살필 수 있다 생각하던 그가 관심사병 후임에 의해 '비명횡사'를 하게 되었다. 악귀가 되어 떠돌지 않는 게 이상할 상황이다. 심지어 둘 다 우리 무속계에서 가장 나쁘다 싶은 '몽달귀(총각이 죽어서 된다는 귀신)'들이다. 

착했지만 가난했던 이들 형제의 삶은 고달팠고, 결국 현실의 세상은 그들의 가난도 착함도 보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그리웠던 어머니와의 상봉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억울한 이 형제의 사연을 <신과 함께>는 역설적으로 풀어간다. 자홍의 고단했던 삶은 의인으로 죽은 그가 뜻밖에도 마주치게 된 지옥의 재판으로, 그리고 의문사로 죽어간 수홍의 억울함은 악귀가 된 그의 변신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 역설적인 과정은 오히려 어린 시절 집을 뛰쳐나온 이래 함께해서 다하지 못한 큰아들의 책임감을 완수하기 위해 불철주야 살아왔던 자홍의 고달픈 인생과, 그런 형의 빈자리를 고시공부까지 하며 채워가려 했던 착한 동생 수홍의 너그러운 삶을 절묘하게 설명해내고 저승이라는 공간을 통해 구원한다. 아니 관객들로 하여금 구원을 받았다고 느끼도록 만든다. 

자본의 카스트 제도를 살아내는 사람들을 위한 위무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 이미지

결국 집을 나간 큰아들은 주검으로 돌아왔고, 하나 남은 작은 아들마저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 말도 못하는 늙은 어머니만 남았다. 하지만 7지옥의 재판을 무사히 마치고 환생하게 된 자홍과, 악귀가 아닌 의인으로의 재판을 받게 될 수홍으로 인해 그들의 안타까운 삶은 구원을 받는다. 그렇게 어쩌면 그들만큼이나 고달프게 살아가는, 하지만 착하게 살아간다고 믿는 관객들의 삶조차 구원받는 듯 느껴지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스크린에서 펼쳐진 씻김굿 아니겠는가.

카스트 제도의 국가 인도에서 층위를 이루는 계급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물론 예전과 같은 대우는 아니지만 카스트를 통해 세습된 부가 교육과 부의 세습으로 이어져 또 다른 사회적 계급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이런 타고난 신분적 층위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불가촉천민'이란 이유만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이 있는 인도인들의 삶이란 이해되기 힘들다. 그러나 그 이해되지 않는 카스트의 배경에는 현세의 보상을 넘어선 종교적 내세관의 무한한 세계가 있다. 그 세계가 바로 현실의 고통을 수긍하게 하고 다음 생의 구원을 약속한다. 그런데 <신과 함께>를 통해, 이런 힌두교의 장대한 종교적 세계를 기반으로 한 카스트 제도를 경험한 듯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포스터

이제 더는 한 개인, 가족의 가난이나 불행이 개인의 노력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또 다른 계급사회 대한민국. 그곳에서 어린 시절 자홍의 가족들은 흡사 불가촉천민과도 다르지 않다. 그런 현실을 뼈저리게 자각한 어린 자홍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었다. 하지만 '착한' 자홍은 차마 실행할 수 없었고, 착한 동생 수홍은 그런 형의 선택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어머니는 마음에 품었다. 그러나 그 어린 시절이 한 장면은 이 가족의 다음 삶을 내내 규정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돈이 계급이 된 대한민국을 자신의 노력으로 지탱해 나가는 개인들, 가족들이 느끼는 정서는 아마도 자홍이네 가족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 착한 이들의 삶은 '착하면 손해 본다'는 우리네 속언에 뿌리 깊게 피해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고,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그 의식은 깊어진다. 그런 현실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세에서 손해 보지 않고 살아가려 하지만, 결국은 착해서 이도저도 아니라는 피해의식이 지배적인 이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을 '위무'하는 건 결국 현실이 아닌 세계다. 마치 인도 카스트 제도 하의 불가촉천민이 다음 생을 기원하며 현실의 고통을 견뎌내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 고통의 극한을 겪은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의 구원을 '환생'이라는 또 다른 현세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신과 함께>는 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씻김굿'의 형식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톺아보기 http://5252-jh.tistory.com

meditator  5252-jh@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ditator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8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