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한 명을 위한 우울증 상담이었다면, 그는 올바른 상담을 한 게 맞다. 하지만 그 팬을 제외한 우울증 환자에겐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상담이었음이 분명하다.

엑소 백현은 ‘엑소 유니버스 팬 사인회’에 참석해 팬과 대화 중 우울증에 대해 상담을 했다.

“저는 소신 있게 얘기하면 우울증과 불면증에 왜 걸리는지 모르겠어요. 그걸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들 항상 좋은 생각 억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좀 주변에 기운 좋은 사람들 있잖아요. 친구들이 됐든 뭐가 됐든, 제가 있잖아요. 엑소 멤버들, 저를 보고 항상 여러분들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상담 내용은 매우 아마추어적이어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조언한 내용은 사실 의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조언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앞서 말한 내용에 붙여 그는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팬의 말에, “약은 먹을 때만 몽롱하게 기분 가라 앉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 약을 끊고 힘내라”라는 조언을 했다.

바로 이 부분이 큰 문제.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단순한 문제로 치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가 말한 진단은 정신과 전문의를 아연실색케 하는 진단이라 어이없을 수밖에 없는 것.

우울증은 단순히 정신적 문제가 아닌 질환의 하나이다. 신경계 질환이기도 한 우울증에 약을 먹지 말라는 말처럼 위험한 발언이 또 어디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은 뇌의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일시적으로 장애가 생긴 것”이라고도 한다.

전문의가 진단하는 건 항우울제 등의 약물 치료와 함께 정신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항우울제의 경우에도 잘못 알려진 사실 중 하나가 중독성(의존성)이 있다는 것인데, 최근 항우울제의 경우 중독성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문의들은 말하고 있다.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설피 조언을 한다면 중요한 시기를 넘길 수 있기에 위험할 수밖에 없다. 우울증은 자각하기도 힘든 질환이기도 하며, 진단을 통한 자각이 있다고 해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관리받아야 할 질환이다. 아무렇게나 조언을 하는 건 부적절해 백현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팬을 위한 조언이니 좋은 뜻인 것은 충분히 안다. 그러나 해당 팬을 넘어선 전체 우울증 환자를 생각한다면 조언은 신중했어야 한다. 해당 팬에게도 사실 의학적 조언은 아니었으니, 그 또한 우려되는 점이다. 위로가 되었다고는 하나, 해당 팬도 치료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스타라면 좀 더 신중한 발언이 필요하다. 한때 유행한 말이지만, ‘진단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은 진리의 말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이 되자 지난 2일 백현은 자신의 SNS에 관련 발언에 대해 경솔했다며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전했듯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늘 염두에 두고 말과 행동에 신중하기를 기대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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