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해 국내외 스포츠계를 뒤흔든 이슈를 짚어보는 그 두 번째 파트다.

렉시 톰슨의 4벌타 재앙과 렉시법의 탄생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TV시청자의 제보로 선수에게 벌타가 부과돼 우승자가 뒤바뀌는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이른바 ‘렉시법’에 관한 이슈로 뜨거웠다.

렉시 톰프슨. [AP=연합뉴스]

문제의 상황은 올해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일어났다. 사건의 주인공 렉시 톰슨(미국)은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12번 홀(파4)까지 공동 2위 선수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날 열린 전날 3라운드를 TV로 시청자 가운데 누군가가 톰슨이 17번 홀에서 50㎝ 정도 거리의 짧은 파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공을 마크했다가 다시 놓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제보를 했고, 조사 결과 톰슨이 공을 마크한 지점에 정확히 놓지 않고 홀 쪽에 가깝게 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톰슨은 2벌타를 부과 받았고, 결과적으로 잘못 기입된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셈이 됨에 따라 2벌타가 추가되면서 순식간에 4타를 잃어 유소연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톰슨은 대회 당시 애써 의연한 태도를 지켰지만 결국 대회가 끝난 이후 눈물을 쏟았다.

이후 이 문제에 대해 동료 골프 선수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비판여론이 일었고, 결국 세계 골프 규정을 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는 2018년부터 시청자 제보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렉시법’이 탄생한 것.

이번 발표에 따르면 새해부터는 시청자의 제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규정 위반 적발과 이에 벌타를 부과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대신 한 명 이상의 경기요원이 모니터 요원으로 배치돼 중계 화면을 통해 경기를 감독하게 된다.

또한 스코어의 오기에 관한 룰에서 ‘경기자가 어느 홀에 1타 또는 그 이상의 벌타를 포함하지 않아서 실제 타수보다 적은 스코어를 제출하였으나, 그 경기자가 스코어 카드 제출 전에 규칙 위반을 몰랐을 경우’ 기존의 2벌타 부과 대신 적용규칙에 정해진 벌 이외의 위반에 대한 추가의 벌은 없어진다.

세계 바둑계 ‘패닉’에 빠지게 한 인공지능 ‘알파고’ 은퇴

커제 9단이 27일 오전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마지막 3국 대국 중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27일 중국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포럼' 폐막 기자회견에서 "바둑의 발상지에서 최고수 기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주 바둑의 미래 포럼 행사는 알파고가 대국 시스템에서 최고 프로기사들과 대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혀 알파고의 은퇴를 알렸다.

이로써 알파고의 바둑 전적은 커제 9단과의 대국 등 중국에서의 대국 전적까지 포함해 68승 1패로 남게 됐다. 알파고의 유일한 패배는 한국의 이세돌 9단에게 당한 패배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로 알파고를 이긴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인간 기사’로 역사에 남게 됐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세계 바둑계를 충격에 몰아넣더니 완승을 장담하던 중국의 커제 9단을 상대로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단 1패도 당하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커제 9단은 대국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중국의 쟁쟁한 기사들이 집단 두뇌로 맞붙은 대국에서도 알파고는 흔들림 없는 승리를 따냈다.

알파고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돼 컴퓨터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는,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훈수꾼'들을 두고 바둑을 둠으로써 일대일 대국이라는 바둑의 대원칙을 무시했다고 지적했지만 알파고의 실존에 대해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 두 명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던 알파고는 앞으로 전 세계 프로기사들의 기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알파고의 포석은 확실히 따라하는 기사들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예상대로 돈 잔치로 끝난 세기의 대결

대결을 마치고 서로 격려하는 메이웨더(왼쪽)와 맥그리거[AP=연합뉴스]

UFC 두 체급 석권에 빛나는 종합격투기 최강자 코너 맥그리거와 프로 복서로서 49전 전승을 달리던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세기의 대결은 예상대로 메이웨더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날 승리로 메이웨더는 50전 전승으로 다시 은퇴했다.

코너 맥그리거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메이웨더를 상대로 상당수의 펀치를 성공시켰으나 메이웨더를 쓰러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10라운드에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메이웨더의 반격에 연이은 펀치를 허용, 그로기 상태로 몰린 상황에서 레프리 스톱 결정이 내려지면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 모두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경기였지만 어쨌든 두 선수는 서로 큰 손해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만지게 됐다는 점에서 ‘윈-윈 게임’이 됐다.

일단 두 선수 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는 했으나 두 선수 모두 어디가 부어오르거나 찢어지거나 터지지 않은 비교적 말끔한 얼굴 상태를 유지한 채 경기를 마쳤고,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모두 30분을 뛰고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이 경기 이후 오스카 델라 호야, 매니 파퀴아오 같은 선수들이 맥그리거와의 대결을 거론했으나 맥그리거가 다시 복싱 링에 올라 광대노릇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도핑 왕국’ 러시아, 평창 동계올림픽 퇴출

야나 로마노바(왼쪽 2번째), 올가 비룩히나(왼쪽 4번째)의 도핑 적발로 은메달을 박탈당한 러시아 여자 바이애슬론 계주팀. [EPA=연합뉴스]

한국 시간으로 지난 6일 스위스 로잔에서는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과 관련된 논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안건은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주도한 도핑 스캔들에 대한 징계 사안이었다.

이날 집행위원회 결과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켰다.

러시아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가운데 도핑 적발로 박탈당한 메달은 금메달 4개를 포함해 총 11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가 획득한 전체 메달수(금메달 13개 포함 33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는 러시아가 정부 기관까지 개입된 도핑 샘플 조작 행위가 드러났고 IOC가 문제에 연루된 선수들의 메달을 박탈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IOC의 러시아 퇴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라는 개인 자격으로 개인전과 단체전에는 출전할 수 있다. IOC가 러시아의 평창 참가 불허라는 강경한 결과를 내놓자 러시아 측은 처음에는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이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나마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다만 입상을 해도 시상대에서 러시아 국기를 볼 수도 없고 국가도 사용할 수 없다. 메달을 따게 된다면 올림픽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봐야 하고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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