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화유기>가 2회 방송 후 결방이 확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통보도 늦어 논란을 자초한 <화유기>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듯하다. 2회 방송사고와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 부상은 모두 안일함이 만든 인재였다.

화유기와 tvN;
박볼트 박홍균 비난부터 tvN에 대한 분노까지, 화유기로 촉발된 위기 상황

2회 역대 최악의 방송사고를 낸 <화유기>는 30-31일 결방, 최소 일주일 후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 그리고 급하게 김정현 피디를 투입해 현장을 보다 원활하게 이끌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뒤늦게 드러났지만 <화유기> 촬영장에서 첫 방송이 되기 전 미술팀 스태프가 추락해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촬영이 이어지는 상황, 현장의 과도한 요구가 빚은 참사였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을 제작사와 방송사가 모두 숨긴 채 첫 방송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사고를 당한 현장 스태프는 하반신 마비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고용노동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CG 사고까지 발생했다.

tvN 주말 드라마 <화유기>

이런 최악의 방송사고는 어쩌면 예고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스태프가 큰 중상을 입고, CG 분량은 많은데 결과물은 더딘 상태였다. 여기에 방송일은 예정되어 있었다. 사전 촬영이 되어 있었고, 제작사는 8회 분량을 촬영 중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충분히 시간이 확보되었고, CG 사고가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 과정에서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 제작사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CG 작업팀의 문제인지 아니면 최종 편집자의 잘못인지 가려지지 않았다. CG가 미완성임에도 방송 강행을 위해 그대로 편집했다고 해도 그건 최종 결과물을 내는 이의 잘못이다. 이런 식의 주먹구구라면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추락 사고와 함께 무너져 내린 세트장 천장을 보수했는데도 곳곳에서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 또한 세트장 내부 이동 통로는 매우 어둡고 비좁은 데다 바닥에 각종 케이블과 목재, 페인트 등 인화물질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낙상 사고나 화재로부터 매우 취약한 구조였다. 세트장을 재설치하거나 보강하지 않고 현장을 땜질식으로 수습해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화유기> 세트장은 제2의 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말 그대로 예고된 인재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화유기> 촬영 현장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촬영 현장이 이런 식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tvN 주말 드라마 <화유기>

천만 영화와 엄청난 수익을 내는 드라마들이 만들어지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촬영 현장의 환경 문제와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제작사와 스타와 작가들은 큰돈을 벌고 있지만,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은 여전히 박봉에 말도 안 되는 노동에 시달리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장 책임자인 이철호 JS픽쳐스 미술감독은 '샹들리에 설치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조명 등을 달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고지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또 추락사고 직전 피해자가 천장에 올라간 사실, 천장이 무너져 내린 사실을 목격하거나 알지 못했다고 했다가 현장 검증에서는 바로 옆 소파에 앉아 반쯤 잠든 상태였다고 답하는 등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면담에서 제작사 측이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갑을 관계 속에서 지시가 존재했고, 을인 그들이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사고 당시를 몰랐다고 부인하던 미술감독은 현장 검증에서는 사고 지점 바로 옆 소파에 앉아 반쯤 잠든 상태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실을 부인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동이 비난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박홍균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화유기> 사태는 그냥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박홍균 피디에겐 '박볼트'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전작들 제작과정에서 보인 모습으로 인해 만들어진 별명이다. 배우들이 좋아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완벽주의자라 수없이 반복해서 촬영을 한다는 증언은 언뜻 대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상황을 무한 반복해서 촬영한다는 것은 감독의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지 완벽주의자의 자세는 아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김원석 피디에게서는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나지 않는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후반 작업에도 빈 틈이 없는 김원석 피디는 완벽주의자이지만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힘들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는 크다.

박홍균 피디의 초기작인 <늑대>는 <화유기>와 유사하다. 방송 초반 주인공인 에릭이 촬영 중 큰 부상을 당했다. 한지민 역시 부상을 당하며 이 드라마는 단 3회 만에 종영되었다. 이런 문제는 이후 작품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다고 하니, 박 피디의 작품에는 부상과 불안이 공존하는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결격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뉴하트' 촬영 당시 2, 3분 분량의 수술 장면을 24시간 촬영했다는 지성의 고백은 충격이다. 이건 완벽주의가 아니라 제대로 촬영을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능력 부족을 열정으로 포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선덕여왕> 촬영 당시에도 고현정은 최악의 환경에서 무한반복 촬영에 시달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화장실도 없는 산속에서 며칠 동안 촬영을 하고 세트장은 더럽고 식사 역시 부실했다고 한다. 주연 배우가 이 정도였다면 현장 스태프들이 겪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함께 찍었던 배우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을 종합해보면 <화유기> 문제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제작사는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 스태프는 추락해 하반신 마비 상태가 되었다.

방송사고 이후 대처 과정도 논란의 연속이다. 작은 부상이라고는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다시 스태프 부상이 발생했고, 촬영이 무산되고 방송 역시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등 역대급 논란이 쏟아지고 있는 <화유기>는 조기종영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tvN 주말 드라마 <화유기>

작가인 홍자매만이 아니라, 이승기와 차승원에게도 <화유기>는 중요했다. 물론 박 피디로서도 부진을 씻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성공이 간절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총체적 난국에 빠진 <화유기>는 tvN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예능은 나영석 사단 외에는 존재감이 없고, 드라마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스타 작가의 작품이 아니면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술남녀> 이한빛 피디 사망 사고 후에도 변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화유기>를 통해 나오고 있다. 열악한 제작 환경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tvN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한빛 피디 사망 후 바뀐 것이 없다는 지적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저 열정 페이와 노동력 착취로 일궈 놓은 성과는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물론 <화유기> 하나로 CJ E&M 전체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촬영 현장부터 바꾸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단 점에서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작사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화유기> 사태는 이후에도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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