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 자리에 앉기까지 청계천 복원사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신화에 의문이 제기됐다. 23일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에서 “현장조사결과 청계천은 먹이가 충분치 않아 물고기가 지속적으로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서울시가 청계천에 물고기를 사다가 풀어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 20일 환경부에서 진행된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의 공동으로 주최한 '국민 속이는 청계천' 기자회견의 모습ⓒ권순택

이들의 문제제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먼저, 서울시가 청계천에 물고기 ‘종’이 늘었다며 치적으로 활용했고, 기자들이 서울시의 이 같은 홍보성 보도자료를 검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기했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실제 서울시는 2010년에도 ‘청계천 동식물 복원 전보다 8배 늘었다’ 보도자료를 통해 “각시붕어, 줄납자루, 가시납지리, 몰개 같은 고유 어종이 새롭게 발견됐다”며 청계천이 자연 생태적으로 서식이 가능하다고 홍보해왔던 터였다. 또한 서울시는 환경운동연합과 한국환경기자클럽의 기자회견에 대한 기사가 이어지자 ‘청계천 복원 전·후 어종 증가 실태’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청계천에 어종 증가를 위해 인위적으로 어류를 구매해서 방생한 적이 있는가?
- 청계천 하상에 어종 증가를 위해 인위적으로 민물고기를 방생한 사실은 없음. 다만, 2006년 5월경 청계천 생태학습장내 수족관과 수경시설(분수) 수조에 기존 청계천에 서식하고 있는 어종에 한해 일부 투입(전시)한 바는 있으나, 이는 청계천 어종 증가와는 상관이 없음.

○청계천에 갈겨니(섬진강수계 서식)가 출현하는 이유는?
- 갈겨니가 청계천에 유입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복원 초기 어류조사에서부터 발견되었던 어종으로(2005년 10~11월, 시정연 조사), 생태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시민들의 무단방생 등에 의해 유입되어 청계천 환경에 정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음

○ 인위적 방생을 자연적인 어종 증가로 보도한 것은 시민(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임
- 일부 어종은 시민 무단방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도자료(2006년 1월 4일)를 통해 “금붕어, 돌고기, 갈겨니, 메기 등 시민들의 인위적으로 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종이 발견되고 있다. 무단으로 물고기를 방류하지 않도록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시민 기만이라고 할 수 없음.

20일 기자회견 당시 예견됐던 서울시 반응

청계천에 대한 현장조사 당시 청계천 관리본부 관계자의 ‘인위적 방사는 없었다’는 해명 이외에 별다른 내용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서울시가 ‘내용없는’ 해명보도자료를 낼 것이란 사실은 이미 2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예견되기도 했었다.

“서울시 청계천 관리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런 기자회견을 열 것이니 NGO가 과장된 것이 있다면 직접 와서 반박하라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난색을 표했다. 기자들이 NGO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서울시에서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범죄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자회견 주최자들에게 “책임자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면서 “(반박할 것이 있다면)보도자료를 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 단체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짧은 보도자료를 낼 것이냐”고 항의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해명 보도자료가 바로 위의 내용이다. 그렇게 서울시의 해명보도자료에는 진짜로 해명했어야할 실질적인 내용은 담겨지지 않았다.

청계천에 서울시가 민물고기를 사다가 방류했다는 사실은 충남지역 민물고기 민간채집 연구가 조 모씨가 직접 확인해줬다. 그는 “서울시 청계천 관리센터에서 갈겨니를 가져갔다. 당시 갈겨니와 참갈겨니가 섞여 있었다”면서 “(관련자료까지 찾아가며) 2006년 4월 갈겨니 50마리를 방류했고, 그때 피라미 백 마리도 포함됐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입장은 조 모씨가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서울시의 해명보도자료에 조 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주되게 제기된 문제는 청계천에서는 물고기가 자생적으로 살 수 있는 생태조건이 못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서울시가 근본적으로 명확하게 해명했어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종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방류한 적 없고, 이로써 시민을 기만한 적도 없었다는 해명 이외에는 이에 대한 반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20일 진행된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잘못된 욕망에 의해 방류된 물고기들이 굶주리고 있는데에도 말이다.

▲ 20일 진행된 '국민 속이는 청계천' 기자회견에서 취재 중인 KBS카메라의 모습ⓒ권순택

지상파 3사 보도안할 것이란 것도 이미….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견(?) 혹은 걱정됐던 또 다른 일이 있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과연 보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였다.

“서울시가 어종을 사다가 청계천에 방류했다는 제보가 있고 나서 제보에 대한 검증을 하는 데 열흘 이상이 걸렸다. 당시 KBS와 MBC, SBS 등 방송3사가 영상을 잡자고 해서 같이 했다. 그런데 과연 이들 방송사에서 이 소식을 방영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 됐다. 지상파 3사에서 청계천 어류 방류 의혹 기자회견건을 23일 그리고 24일에도 접할 수 없었다. 청계천에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물고기를 방류했다는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새가며 취재했던 MBC, KBS, SBS 기자들이었다. SBS 기자는 '서울시가 민물고기를 직접 가져갔다'는 조 씨의 발언을 직접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기자는 기자회견장에 까지 ENG카메라를 대동하기도 했다. 이들의 노고는 어디로 갔을까?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는 성명을 내고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마저 철저히 침묵했다”면서 “지상파방송사가 하나같이 뉴스에서 단 한 마디도 이 사실을 다루지 않은 것은 정권이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방송을 장악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진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한 결과일까?

서울시 청계천 물고기 방류 의혹사건이 ‘왜 슬픈 예감(예견)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노랫말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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