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에 미치치 못 했음에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방통위가 기준점수 미달 방송사에 대한 '사업권 박탈'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국가기간방송인 KBS도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사업권 취소가 어렵다면 그 책임을 사장 등 경영진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27일 논평을 통해 지상파 3사에 대한 방통위의 재허가·재승인 심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언련은 "방통위는 재허가 기준 점수에 미달한 지상파 3사 모두에 3년 기간의 조건부 재허가를 결정했다"며 "지상파 3사의 규모와 영향력 등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이와 같은 현실적 문제들을 이유로 퇴출이 마땅한 방송을 퇴출하지 않으면 재허가·재승인 심사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재허가 기준점수에 미달한 지상파 3사와 대전MBC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방통위는 26일 재허가 기준점수에 미달한 KBS, MBC, SBS, 대전MBC 등에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 공개자료에 따르면 KBS는 제1DTV방송국, 제2DTV방송국이 각각 646.31점, 641.60점을 받아 재허가 기준 650점에 미치지 못했다. MBC는 DTV방송국이 616.31점을 받았고 SBS 역시 634.30점을 받아 기준 점수를 밑돌았다.

재허가 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미달한 지상파 방송사 (자료=방통위) * 방통위는 방송평가 400점 만점, 재허가평가 650점 만점, 총점 1,050점 만점을 1,000점 만점으로 환산하여 합계점수로 산정했다.

민언련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지상파 3사의 적폐 경영진이 정권의 보도 통제에 앞장서 협력하며 언론인들을 탄압할 수 있던 배경엔 이처럼 실효성이 없는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있었다"며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점수를 받은 방송사들의 사업권을 박탈한다는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가 재허가 탈락 점수를 받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며 고대영 KBS사장과 이인호 KBS이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민언련은 "KBS가 재허가 기준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KBS 안팎에선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하지만 방통위는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고대영 사장 등 KBS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공영방송답게 공정성과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재허가 조건을 부과했어야 했다"며 "이에 역행한 방통위의 조치는 방송규제기관으로서 한 조치라고 보기에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규탄했다.

또 민언련은 "지난 시기 재승인·재허가 당시 약속 사항 이행 여부를 심사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재허가·재승인에 미달한 점수를 받은 방송사업자들이 적어낸 장밋빛 계획과 의지만 본다면 대체 왜 심사가 필요하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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