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7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의당 전당원투표가 시작된다. 그러나 여전히 안철수 대표 측과 통합 반대파 측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가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내 통합 찬반 측이 갈등을 벌이는 것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통합정당의 이념적 지향이다. 지금까지 국민의당은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를 지향한다고 내걸어왔는데, 바른정당과의 합당이 자칫 보수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 22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 일각에서 보수라는 말, 중도라는 말에 대해 이런 저런 표현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개혁의 내용, 방향, 콘텐츠가 같으면 개혁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중도보수라는 이념과 노선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늘 우리의 정체성이 보수에 있다"면서 "그것도 새로운 보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 11월 당 대표 선출 직후에도 '중도보수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합 반대파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1일 "안철수 대표는 대선 TV토론 때부터 유승민 대표에게 끌려왔고, 지금 합당 추진 과정에서도 그렇고, 결국 우리당의 정체성과 가치도 그쪽(보수)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역사의 흐름은 한 단면을 보면 지저분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도도히 흘러간다"면서 "안철수 대표가 보수야합, 합당을 그렇게 하고 싶다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인간만사 세상의 이치처럼 당을 나가서 하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시 가져갈 이념적 지향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율자 역할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안 대표 본인조차도 정확한 이념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안철수 대표는 통합정당의 이념 지향을 묻는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통합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통합된 정당의 지향점과 정체성은 뭐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저희들은 세 가지 비전을 갖고 있다. 우선 개혁정당, 그리고 국민통합정당, 그리고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 그런 정당을 꼭 만들고 싶다"고 정체성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신율 교수가 "이념적 정체성이 뭐냐"고 질문을 바꾸자, 안철수 대표는 "저희들은 합리적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두 당은 기득권 정당이고, 거기로부터 저희들은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합리적 개혁을 지향한다"고 동문서답했다.

안철수 대표의 답변에 신율 교수는 "기득권과 개혁이라는 것은 이념적 정체성이라기보다는 그것의 구조에서 파생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가 "중도라고 보세요, 진보라고 보세요, 아니면 보수라고 보시느냐"고 재차 묻자, 그제서야 안철수 대표는 "저희들은 중도개혁을 지향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율 교수가 "유승민 대표는 보수라고 얘기했다. '보수는 버릴 수 없다'고 그랬다"고 지적하자, 안철수 대표는 "저희들이 지금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진보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바른정당은 개혁적인 보수에서 출발했다"면서 "그래서 둘이 합하면 바로 합리적인 개혁 세력이 양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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