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위해 그와 비슷한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전과 같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시험을 우리는 모의고사라 부릅니다. 하지만 모의고사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를 보이며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시험이 있고, 수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시험도 있습니다. 특히 수능 보기 한두 달 전에 갖는 모의고사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신중해야 하고, 그만큼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시험이라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지나친 자신감' 또는 '좌절감'을 느끼고 수능에 임하게 됩니다. (물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수능에서 최상의 실력을 보일 수 있겠지요.)

뜬금없이 수능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 얘기를 한 것은 몇 달 전부터 논란이 된 한일전 평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월드컵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본선에서 같은 조에 속한 맞춤형 상대가 아닌 '동아시아 라이벌'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프리미엄이 없는 일본과의 평가전이 득이 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일전이 성사됐을 때 "도움을 얻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고 말한 허정무 감독조차 지난 에콰도르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전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를 하자는 입장보다 하지 말자는 의견이 더 우세했고 이에 대해 정치적인 의견까지 나오는 등 여전히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표팀이 일본에 건너가서 훈련을 펼치고 있는 이상 한일전은 흔들림 없이 치러지게 됐습니다.

일본대표팀의 출정식 경기로 진행되는 이번 경기에서 한국 축구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고, 국내파 몇몇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경기력을 쌓게 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있어도 경기를 치르게 된 이상 최선을 다 하는 모습으로 일본에 절대 지지 않는 결과를 어떻게든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치르는 경기라 할지라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으면서 경기를 해야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허정무호는 얻을 건 얻고, 경기도 이기는 '실용 전략'으로 한일전에 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한국 대 이란 전 경기장면 ⓒ 대한축구협회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전한 선수 아니 26명 선수 모두가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각 국 스타 플레이어들의 부상이 이어져 '부상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저마다 장점이 있는 선수들의 부상이 대표팀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존심 대결'로 펼쳐질 한일전의 특성, 그리고 지난 2월에 한국에 1-3으로 패해 잔뜩 독기를 품고 있는 일본 축구의 플레이 특성상 부상 위험에 완전히 노출돼 있어 선수 개개인의 주의, 그리고 허정무 감독이 나름대로 '운영의 묘'를 살려 경기를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미 몇몇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재활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서 월드컵 본선을 18일 앞두고 입는 큰 부상은 사실상 전력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승리를 거두는 것 이상으로 다치지 않고 경기를 마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기를 펼치든 겁먹지 말라고 해도 각종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월드컵 본선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대비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그마한 실수나 잘못이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 위험에 노출돼 어려움이 따르는 경기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 없이 정상적이면서 지능적인 경기 운영으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한국 축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모처럼 '실용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허정무호의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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