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과 관련한 악플은 거의 전부가 경쟁 그룹의 팬덤인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아이돌 팬덤 간에는 견제심리가 강하다. 악플까지는 아니어도 신곡이 나왔을 경우 팬덤 간에 상투적인 야유를 담은 글귀가 등장한다. 바로 전에 활동하던 곡이 좋았다는 말이다. 예컨데 슈퍼주니어가 이번에 정규 4집 미인아를 내놓았을 때 넌지시 '쏘리 쏘리'가 좋았다라고 하면서 미인아를 깍아내리는 수법이다.

해당 팬덤에서는 발끈할 말이지만 상관없는 삼자가 보기엔 귀여운 신경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말이 괜한 것이 아니라 이번 슈퍼주니어에게는 제대로 적용되고 있다. 21일 뮤직뱅크 1위는 예상한대로 슈퍼주니어가 차지했다. 그리고 다음주 역시도 천재지변이 없는 한 슈퍼주니어가 그 자리에 다시 오를 것이다. 컴백 첫 주라 선호도 점수가 누락됐지만 워낙 압도적인 음반점수를 통해서 2위 뜨거운감자를 크게 앞질렀다.

세상은 잘 모르지만 요즘 슈퍼주니어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 가지 타입으로 낸 음반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발매 10일만에 12만장(한터 기준)을 넘기고 있고 이 기세는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다. 거기다가 리패키지까지 더해진다면 같은 소속사 소녀시대가 상반기 세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녀시대가 리패키지까지 포함해서 한터기준 16만장인 점을 감안한다면 슈퍼주니어의 기록은 20만장도 넘지 않을까도 전망할 수 있다. 원더걸스의 2DT 판매지수가 요지부동인 것을 감안하면 팬덤의 노고에 치하를 보내고 싶다.

한터 기준에 잡히지 않는 해외 구매분까지 합친다면 슈퍼주니어의 올해 판매량은 동방신기 5인이 재결합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깨지 못할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거의 팬덤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점이다. 뮤직뱅크 점수기록에도 보이듯이 슈퍼주니어 미인아는 음원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부부의 음원사이트가 다운로드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신곡 프리미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음원차트에서 미인아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SM이 엠넷에서 음원을 철수한 피해도 없지 않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 저조한 성적이다. 쉽게 말해서 대중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팬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는 슈퍼주니어가 곡 자체만 좋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후크송을 벗어나고자 하더라도 모든 대중가요가 갖는 최소한의 중독성을 확보하지 못한 미인아는 슈퍼주니어의 비상을 스스로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누군가의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 아니라 곡 자체가 히트할 요소가 적은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곡이 쏘리쏘리 정도만 됐어도 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항간에서는 슈퍼주니어가 1위할 자격이 없다고 폄하하는데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음반을 잘 파는 것도 분명 능력이며 그것을 놓고 시비거는 것은 구매력 없는 팬덤의 소심한 질투일 뿐이다. 방송사 차트에서 5주 정도 연속 1위를 할 정도가 아니라면 히트곡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 요즘 흐름이다. 워낙 노래 한 곡의 수명이 짧고 수없이 쏟아지는 신곡들 사이에 대중의 관심은 자꾸 새것으로 옮겨 가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승부에 음반이 강한 가수도 있고, 음원이 강한 경우도 있다. 물론 둘 모두 강해야 진정한 히트곡이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슈퍼주니어는 동방신기의 와해와 빅뱅이 없는 한국 가요계에 가장 큰 팬덤을 가진 그룹이다. 팬덤이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음원시장이라고 해서 장악하지 못할 리 없다. 문제는 곡이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음주까지 뮤직뱅크 1위 자리를 이미 확보할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정작 대중은 그 결과에 대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슈퍼주니어는 잘 알지만 미인아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는 국내 거주 최고 아이돌그룹답게 컴백 1주일만에 방송사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다만 문제는 히트곡이 없는 1위라는 점이 그들의 말 못할 고민이다. 슈퍼주니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히트곡 없는 1위 가수의 오명을 벗기 위한 기회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남아있다. 반드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리패키지를 통해서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1등 아이돌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기 바란다. 리패키지 활동 때에는 1위 소감을 밝히는 이특이 좀 더 밝고 당당한 표정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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