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22일 개최를 추진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무산됐다. 12월 임시국회가 이날 본회를 끝으로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2017년 과방위도 막을 내렸다. 올해 국회 과방위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같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과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2017년 과방위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막말과 꼼수로 얼룩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14일 방송법 논의 당시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가 박대출 자유한국당 간사에게 항의하는 모습. 왼쪽부터 박홍근, 김경진, 신상진, 신경민, 박대출 의원. (연합뉴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언제?

2017년 과방위의 최대 이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현행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가 여당 편향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실상 KBS, MBC는 정권의 나팔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KBS 사장을 추천하는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되며, MBC 사장을 정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정부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지적에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비율을 7대6으로 조정하고, 사장 추천시 2/3 이상 찬성을 받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4법 개정안,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을 발의했다. 언론장악방지법에는 이사회 공개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등의 내용도 함께 담겼다. 이 법안을 두고 올해 1월 전문가 4인을 초청해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방송정상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자, 이사회 구성과 사장추천 특별다수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접지 않으면서 언론장악방지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방송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으로 정의당 추혜선 의원,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대체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과방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내년 2월에나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더욱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방통심의위, 7개월째 공전 중인데…내년으로 밀려

7개월째 공전을 이어오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회가 방통심의위 추천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밀린 심의 건수만 방송 434건, 통신 16만6715건(12월 18일 기준)으로 약 17만 건에 이른다. 그나마 통신심의의 경우 유형별로 나눠 어느정도 일괄 처리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방송심의의 경우 심의 건수 하나 하나가 적게는 서류 수백 장에서 많게는 수천 장을 검토해야 하는 일이다.

밀린 건수뿐 아니라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사전 준비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방송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방통위의 방송사 재승인, 재허가 심사 등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밀린 심의 건이 많아 최대한 빨리 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당장 선방위 문제, 재허가, 재승인 문제도 있다. 하루 빨리 위원이 정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국회 과방위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방통심의위원 추천을 내년으로 미뤘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위원 추천 문제가 국회에서 안건으로 떠올랐던 것을 감안했을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여야는 지난 2월 방통심의위원 국회 추천 몫을 어떤 정당에서 추천할지 합의했다. 국회의장 목셍서 정세균 의장이 1명, 민주당 1명, 바른정당 1명, 과방위에서 민주당 1명, 자유한국당 1명, 국민의당 1명을 추천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6월 공모 절차를 통해 추천 몫 2명을 미리 결정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다당제의 특수성과 협치를 이유로 자신들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방통심의위 추천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7월에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문재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에 대한 여야 협상 과정에서 방통심의위 1명을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른정당이 탈당사태를 겪고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서 기존의 6대3 구조로 일단락이 되기는 했지만, 지나친 잡음을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하는 1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방통심의위원 인사가 내정된 상태인데, 자유한국당이 돌연 22일 예정됐던 방통심의위원 의결을 위한 과방위 회의 일정을 미룬 것이다. 국민의당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 쪽에서 이번 임시회의 때 처리하지 말고 다음 회기 때 재논의 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해왔다.

▲신상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자유한국당 박대출 간사. (연합뉴스)

막말과 꼼수·파행으로 얼룩져

과방위 회의 과정도 막말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특히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청문회 과정은 압권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이효성 위원장을 '5대 비리 그랜드슬램'이라고 몰아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이효성 위원장의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 경력, 위장전입, 병역특혜, 자녀 이중국적, 논문 표절 등에 대해 문제 삼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비교적 깨끗하게 소명했는데, 자유한국당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이효성 위원장이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노사 화합의 의미에서 명예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기까지 이르렀다. 국공노는 민주노총도 아닐 뿐더러 이 위원장은 노조에 가입한 것도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은 이효성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적폐 위원장'이라고 부르고 일부 의원은 위원장 호칭을 부르지 않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에 불만을 품은 자유한국당이 국감 일정을 보이콧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신상진 위원장이 병을 이유로 불참하고, 박대출 간사에게 일방적으로 사회권을 넘기고 회의를 중단시키는 등의 꼼수를 부려 국감을 파행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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