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1일 충북 제천의 한 8층짜리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재까지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개인 크레인으로 인명을 구출한 이기현 씨는 화재 발생 1시간 후에도 사람들이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피해의 원인으로 단열재의 한 종류인 드라이비트, 탈출구의 부재, 소방차 통로 확보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기현 씨와 이영주 교수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각각 화재 당시 상황을 전하고 피해 원인을 분석했다. 이기현 씨는 개인 크레인을 몰고 화재 현장에 도착해 난간에 있던 인명을 구출했다. 이 씨는 "제가 도착한 시간은 5시경이었다"며 "그때 난간에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오후 5시는 화재가 발생한 지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뒤였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충북 제천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이영주 교수는 화재 피해의 원인으로 드라이비트, 유일한 탈출구였던 계단이 연기로 가득찬 점, 소방차 통행로 확보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화재현장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1층에서 불이 붙어 저층부분의 드라이비트가 급격히 연소하면서 연기라든지 화염이 굉장히 거세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의 한 종류로 비용이 저렴하지만 불에 잘 타며 외부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주 교수는 "계단이나 출입구 쪽으로 연기와 화염이 들어가서 수직으로 펴져 있는 계단부를 통해 상층부까지 빠르게 확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연기에 의한 피해는 계단부라든지 수직 관통부 쪽을 통해서 연기가 빠르게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계단을 통해서 연기가 빠르게 유입되는 경우 유일한 피난통로인 계단 자체가 피난이 불가능하다"며 "각 층에 있는 분들은 꼼짝없이 갇혀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29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화상이 아닌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피해를 키운 또 하나의 원인으로 구조작업 과정에서 장애물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주 교수는 "이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라며 "소방대가 출동했을 때 건물주변 불법주차된 차량이라든지 좁은 길 때문에 바로 소방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주 교수는 "소방차량의 폭은 6m 이내다. 이 차가 활동을 하려면 최하 8m 정도의 폭이 확보가 되어야 한다"며 "불법주차가 한 대 정도만 있다고 하더라도 도로폭이 좁아져 소방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이영주 교수는 외벽이 막혀 있는 '무장층' 구조 건물에 배연·제연설비가 안 되어 있을 경우 피해를 키울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형건물의 경우 창이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을 때 건물내부의 연기를 강제로 빼줄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번 화재가 발생했던 건물의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취약점이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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