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해 인양 전문가, 한반도 전문가, 언론학자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조사 결과 자체의 신빙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전반적으로 증거들이 구체적이긴 하지만 '100% 북한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의 과학수사분과장 윤종성 육군준장이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를 공개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출처: 오마이뉴스)

◇ 인양전문가 "단순한 교통 사고…해도해도 너무해"

그동안 '좌초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30년 경력의 인양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단순한 교통사고를 가지고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실"이라고 밝혔다.

"만약 북한 어뢰가 공격해서 폭발한 것이라면 (선체가) 다 뜯어졌겠지만 (폭발의) 흔적이 없다"며 "군 당국이 (천안함을 공격하라는 북한의) 지령문을 입수해서 보여준다고 한들 천안함 침몰 당시 폭발이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평소 나의 정치 성향은 한나라당 쪽에 해당되지만 이번 일을 북한 소행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다. 뭘 꾸민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닌데 너무하는 것 같다"며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것은) 언론들이 (천안함에 대해) 보여주는 영상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엄밀하게 조사해야 함에도) 이 시점에 발표를 하는 것은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북한 소행'이라고 해도…남은 의혹들

한반도 전문가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전반적으로 증거물들이 구체적"이라면서도 "100% 북한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추가적으로 하나하나 검증해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북한 어뢰 파편이 떠내려 왔거나 그 이전부터 사고현장에 묻혀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조사단 발표에는 북한이 어떻게 천안함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수중 작전 시간이 상당히 필요했을 텐데 소형 잠수함이 그렇게 (오래) 잠수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며 "보통 이런 경우에는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잠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한미연합군에 의해 탐지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얘기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합조단에서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함이 공격한 것이라고 하지만 소형 잠수함에 중량 1700kg의 어뢰가 장착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는) 바로 대북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고 북한과 대화로 (증거에 대해)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사 왜곡 가능성과 관련해 정 대표는 "결론을 예단해놓고 조작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외부의 적을 통해서 (내부의) 책임을 덜고자 한다는 의혹이 있을 수 있다"며 "TOD동영상, 교신기록의 100% 공개가 어렵다면 최소한 국회 특위나 민간 전문가들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추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합동조사단은 7년전 확보한 북한 훈련용 어뢰에 표기한 4호라는 글씨와 1번 이라는 표기 방식이 같다며 어뢰가 북한제라고 추정했다 ⓒ 참세상

◇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근본적으로 문제"

정재철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조사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북한과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는 상황 자체가 큰 문제"라며 "왜 문제를 이렇게 풀어가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만약 북한의 소행이 확실하다면) 북한이 잘못한 것이지만, 북한이 그런 행위를 하게끔 만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긴장 국면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정부가 '북한 어뢰'라고 주장하는 금속파편조각과 관련해 "녹이 슬어있는데 천안함 침몰 때 사용된 것인지 아니면 예전에 사용된 어뢰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아직 군사기밀이라고 해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북한의 소행이 확실한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민군합동조사단에) 이번 사안을 비판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가 과연 몇명이나 참석했느냐"고 반문하며 "많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 "언론, 무책임하게 전쟁 분위기 조성해선 안돼"

언론이 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무책임하게 전쟁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재철 단국대 교수는 "조중동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을 말하지만 전쟁분위기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무책임하게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분노할 만한 소지가 있더라도) 언론이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해서 국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아직 미흡한 부분들이 많은 만큼 언론들은 조사 결과 검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KBS가 이번 주말에 서해교전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한다고 하는데, 규모가 큰 언론사일수록 정부 눈치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TV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도하면 시민들도 진짜로 북한이 한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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