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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조사 결과, 왜 '달리 설명할 수' 없었을까?진짜 논쟁은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김완 기자 | 승인 2010.05.20 14:33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되었고, 이 어뢰가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으로부터 발사되었다'로 요약된다. 총 6쪽의 문건이다.

내용은 대체로 평이하다. 별다른 각주나 주석은 없다. 추정된 사실들의 정확한 출처 역시 지면의 한계 때문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다듬어진 문건이라고 하기에 내용의 짜임새는 그다지 준수하지 않다. 오히려 문건의 무게감에 비해 카테고리의 구분 자체가 모호하고, 소제목들의 층위가 잘 맞지 않는 것이 눈에 띈다.

합조단이 천안함 침몰을 어뢰 피격으로 판단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1)선체의 변형 모양과 양상, 2)폭발음을 듣고 물기둥을 보았다는 초병의 진술, 3)지진파와 공중음파의 감지' 등이다. 관련한 결정적인 증거물(smoking gun)은 북한이 해외로 수출 할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의 설계도와 일치하는 어뢰가 수거됐고, 이 어뢰의 후부 추진체 내부에서 북한의 어뢰표기방법과 일치하는 "1번"이라는 한글표기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 합동조사단은 7년전 확보한 북한 훈련용 어뢰에 표기한 4호라는 글씨와 1번 이라는 표기 방식이 같다며 어뢰가 북한제라고 추정했다 ⓒ 참세상  

합조단의 조사대로라면, 이번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민간이다. 지난 15일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어뢰 부품이 조사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국내 10개 전문기관의 전문가 25명과 군 전문가 22명, 국회추천 전문위원 3명,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 24명' 등의 참가가 무색할 지경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이미, 예정된 결론이지만 물론 특이점도 있다. 언론의 예측성 보도에 담겼던 화약성분에 대한 언급이 없고, 합조단 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는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물기둥의 목격이 추가되었다.

물론, 합조단의 추정에는 상대적으로 분명한 근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군 당국이 통제해온 상황의 당연한 결과다. 누구도 합조단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사소한 의혹의 해소까지도 온전히 합조단의 몫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하다.

우선, 어뢰에 맞았다고 한다면 마땅히 있어야 할 어뢰 파편에 의한 '파공'에 대한 설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어뢰에 맞았다고 한다면 천안함 내부의 충격 양상과 패턴이 충격파에 따라 일정한 모습을 보일텐데 이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리고 논리적 충돌도 있다. 오늘 추가된 사실 가운데 물기둥이 목격되었다는 것이 있는데 이는 어뢰의 근접폭발에서는 '버블제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기존의 침몰 이론과 상충되는 것이다. 또한 5월 15일 쌍끌이 어선이 건져 올린 어뢰가 3월 26일에 쏘여진 어뢰라는 것을 입증하는 인과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아직 그대로의 사실로 확정되기에 무리가 있다. 앞서 조사 결과가 평이하다고 했는데, '언론 플레이'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학적 의문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진짜 논쟁은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황우석 사태가 그러했듯,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몫이 중요하다.

진짜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합조단의 발표대로라면, 북한 잠수정은 '공해를 통해 우회 잠입하여 천안함 동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한 발의 어뢰로 천안함을 타격한 뒤, 잠입했던 경로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당시는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 기간이었다. 당시 서해에는 미군의 이지스함이 라센함과 커티스 윌버함이 출항해 있었고,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전투함인 최영함, 윤영하함이 출항해 훈련을 하고 있었으며 잠수함인 최무선함도 기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야간침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300t 미만)이 최첨단 정찰장비를 장착하고 군사훈련을 벌이던 13척의 전함 사이를 유유히 헤집고 빠져나갔다는 얘기이다.

   
  ▲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파란색 매직으로 쓴 걸로 추정되는 ‘1번’ 이라는 글씨가 쓰인 어뢰를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하자, 네티즌은 그 조악함을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아이폰 몸체에 파란색 펜으로 ‘1번’이라고 쓴 사진을 공개하며 이를‘북한산 아이폰’이라고 패러디했다.  
쓰면서도 겸연쩍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는 북한이 그랬다고만 쓰여 있을 뿐, 북한이 어떻게 그랬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개연성 있는 과학적인 설명이 전무하다. 당장에 국제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 북한은 '검열단'을 파견할 테니, "검열단 앞에 함선침몰이 우리와 연계되어 있다는 물증을 내 놓으라"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는 최소한 북한이 왜 그랬는가 하는 행위의 동기와 목적에 대한 설명이라도 있어야 했지만, 이마저 결여됐다. 또 하나의 직접 당사자인 중국 역시 합조단 공식 발표 이전의 반응이긴 하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것은 '상황 증거'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내일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후속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영해에서 46명의 생떼 같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은 까닭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는 과연 무슨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평화롭던 서해바다에 어뢰를 장착한 북한 잠수정이 출몰한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무책임할 뿐이다.

참고로 대한민국 군형법에는 '지휘관이 그 할 바를 다하지 아니하고 적에게 강복하거나 부대, 진영, 요새, 함선 또는 항공기를 적에게 방임한 때는 사형에 처하며'(22조), '지휘관 또는 이에 준하는 장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에 전투준비를 태만히 한 자는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35조 1항)고 쓰여 있다.

'달리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합조단이 발표한 '천안함 침몰사건의 조사결과'의 마지막 문장이다. 읽기에 따라 충분히 의미심장할 수 있는 그런 문장으로, 천안함 침몰은 결론 맺어졌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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