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민언련모니터단이 최근 40일 동안의 지상파 방송3사 시사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대선 관련 아이템은 KBS가 39회, MBC가 7회 다뤄졌고 SBS에서는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언련모니터단은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회의 주요이슈를 파헤치고 공론화할 책무를 가지고 있는 시사프로그램이 선거 관련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며 "이는 과거 정치쟁점이나 이슈가 터지면 모든 방송프로그램을 동원해 관련 사안을 파헤쳤던 것과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선거관련 시사프로그램의 주제는 BBK가 24건, 이회창 후보 출마 7건, 대담 및 인터뷰 6건, 선거운동 스케치 및 동정 5건, 합당 및 후보 단일화 4건, 후보의 정책·도덕성 검증 4건 등으로 조사됐다.

KBS, 대선 관련 아이템 가장 많아

▲ KBS <시사투나잇> 11월1일 방송.
모니터단은 "KBS는 전체 8개의 시사프로그램에서 71회(135꼭지) 방송 중 39회(66꼭지)를 선거 관련 아이템으로 할애해 프로그램의 54.9%를 대선 아이템으로 채웠다"며 "가장 많은 대선방송을 내보낸 방송사"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전 회를 통틀어 선거관련 꼭지를 다뤄 선거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며 "다른 시사프로그램이 선거관련 아이템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은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이어서 이들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KBS <미디어포커스>도 7건의 선거보도 비평 프로그램을 방영했다"며 "대부분 시의적절하고 의미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모니터단은 "KBS <단박인터뷰>의 경우 제작진이 각 대선후보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다는 포맷 자체는 좋으나 질문이나 답변의 내용이 심층적이지 못했"으며 "12월2일 방영된 <KBS 스페셜> '대폿집 토크, 4인의 정객' 역시 각 정당 주요 인사가 나와 편안하게 대담을 나누는 모습이 신선했으나 과도하게 친밀한 분위기로 인해 예리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지만 "시사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대선 아이템을 방송한 KBS나 MBC <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심층적으로 대선 아이템을 다룬 MBC도 대부분 '집중취재성' 시사 프로그램보다 '데일리성 프로그램'이나 '매거진성 프로그램'에서 대선관련 아이템을 다뤘다"고 밝혔다.

"MBC PD수첩 제외하곤 BBK 몸사렸다"

모니터단은 보고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BBK 관련 내용을 다룬 곳은 KBS로 <생방송 시사투나잇> 15건, <취재파일 4321> 2건, <단박인터뷰> 1건, <미디어포커스> 1건으로 총 19건이 방송됐다"며 "하지만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제외하곤 공방을 전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 11월27일 방송된 MBC < PD수첩> '이명박, BBK 명함의 진실은?'.

민언련 모니터단은 "MBC < PD수첩>이 BBK와 관련해 내보낸 3개의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심층적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프로그램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마지막 뇌관의 귀국-이면계약서의 정체는?'(11월20일), '이명박, BBK 명함의 진실은?'(11월27일), '검찰수사발표 임박-BBK의 진실은?'(12월4일) 등 3편이다.

이어 모니터단은 "지난 5일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후에도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주)다스 유입, 이명박 후보의 BBK 언론 인터뷰와 명함 등 여러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시사프로그램은 적극적인 탐사보도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그나마 이를 보도한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취재파일 4321>과 MBC <시사매거진 2580>도 공방을 전하거나 수사결과 발표 후 판세를 분석하는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시사프로그램, 정책검증은 외면

모니터단은 "모니터 기간 중 정책검증에 관한 시사프로그램은 단 4건에 불과했다"며 "이중 3건은 방영한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마저도 교육, 부동산, 실업 정책을 단순 비교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은 "시간 배분도 유력 후보를 중심으로 이뤄져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의 경우 비슷했으나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후보의 공약 중 부동산 정책은 한 컷의 화면에 표 하나로만 언급하고 넘어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며 "종부세, 양도세, 재건축 문제 등 첨예한 문제를 갖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단순 정리하는 것은 위험한 보도태도"라고 분석했다.

SBS, 대선 다룬 시사프로그램 하나도 없어

▲ SBS 교양정보 홈페이지.

모니터단은 "특히 SBS는 40일 정도의 기간 동안 대선 관련 시사 프로그램을 1건도 내보내지 않았다"며 "모든 유권자의 이목이 집중된 BBK 관련 주제마저 검찰 수사 발표 전후를 통틀어 단 한 번도 방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BBK사건의 진실이 유권자의 중요 선택 기준이라는 점에서 선택에 도움을 줘야할 언론이 그 책임을 저버렸다"며 "SBS에 과연 시사교양국이 있기는 한가"라고 비판했다.

대선후보 부인들, 이미지 재생산·감정에 호소

또 모니터단은 방송3사의 아침 프로그램 중 대선후보의 부인들이 나온 방영분을 모니터한 결과 "3사 모두 차별성이 없었다"며 "전형적인 이미지 광고 방송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인들의 입을 통해 후보 캠프에서 만들어낸 이미지를 재생산했으며 심지어 가족들의 눈물과 감정 호소로 후보의 단점까지 무마하려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MBC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좋은 날>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혜경 여사' 편을 보면 정동영 후보의 부인은 정 후보의 '노인비하 발언'에 대한 정황을 설명하며 남편이 효자임을 강조"했으며 "같은 프로그램의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 편에서도 이명박 후보의 부인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남편이 하지도 않은 것을 했다고 자꾸 그런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 부각시켰다"고 꼬집었다.

모니터 기간은 2007년 11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이며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은 KBS, MBC, SBS의 모든 시사프로그램과 대선후보 부인이 출연한 아침교양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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