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개헌 시기를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당초 정치권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돌연 자유한국당이 개헌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결국 개헌 시기에 대한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특위 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제기됐던 분석 중 하나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한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상황인 데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중복되는 권한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책임총리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 '불통의 아이콘'으로 비판 받기도 했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저마다 2018년 6월 열릴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막상 개헌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자 쟁점은 권력구조에만 있지 않았다. 기본권 강화부터 경제민주화의 개념 정착 등을 비롯해 권력구조 개편에 핵심적 요소인 선거제도 개혁까지 앞서 해결돼야 하는 과제들까지 등장했다. 오히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금까지 70% 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지방분권 개헌'을 예고했다. 지방분권 강화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회의를 마련해 '제2국무회의'로 격상시키고, 이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당장 합의가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보다, 합의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돌연 개헌 시기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 국민투표가 반드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뤄져야 할 이유도 없고, 또 더군다나 특위 활동기간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개헌특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해야 개헌특위를 연장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20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특위를) 연장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그런데 개헌을 언제 할 건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번에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해서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가장 개헌과 관련해 합의 수준이 높았던, 공통 공약으로 모두가 함께 걸었던 게 '지방선거와 동시 선거'"라면서 "그래서 시기가 박혀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원내대표는 "내년 6월에 개헌을 하려고 하다 보니 빨리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논의하고 정당 간에 합의를 하고, 이 과정을 거치려고 개헌특위를 한 것이다. 벌써 1년을 했다"면서 "내년 6월에 하려면 지금까지 다 못한 쟁점들을 연장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그때 약속했던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안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그러면 언제 개헌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면서 "개헌을 한 번 하려면 전국 투표를 해야 하고 1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방선거랑 같이 하자고 했던 건데, 그걸 안 하겠다고 하면 언제 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래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개헌특위를 연장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내년 6월에 동시투표 하자고 대선 때 다 약속을 했는데, 그걸 할지 말지를 분명하게 하라"면서 "시기를 못박지 않고 자꾸 시간 끌고, 실제로 논의할 생각도 없으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 갖고 있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우리는 개헌을 꼭 하자는 입장이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 분권형 개헌을 하는 그런 정권이 없었다. 대통령도 그렇고 집권당도 그렇고, 권력을 잡고 왜 권한을 나누자고 하겠느냐"면서 "그렇지만 우리는 그동안 민주주의 발전이나 국민의 기본권, 정부 형태에 있어서 분권적 형태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약속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 간에 합의가 안됐다'고 얘기하는 건 옳지 않고 생각한다"면서 "정 그게 안 되면, 개헌발의권은 국회에도 있고 대통령에게도 있다.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정 안 되면 대통령이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개헌 특위 연장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하고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20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모든 논의를 거부한 채 특위 연장에 매달리는 잔꾀를 버리라"면서 "문제는 특위 연장 여부가 아니라 한국당의 적극적 참여"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뿌리에 제왕적 대통령제, 낡은 선거제가 있다"면서 "대한민국 혁신의 1과제, 적폐청산의 1과제가 선거제와 개헌이다. 여야 모두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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