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성가족부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시행할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사용했던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녹색당은 "여성과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과 평등의 후퇴"라며 규탄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가부는 '성평등'과 '양성평등' 용어를 영어 'gender equality'를 번역한 용어로서 혼용하고 있다"며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도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가부는 "최근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초안에서 사용된 ‘성평등’ 용어의 개념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여가부는 출범 당시부터 부처의 영문명칭에 “gender equality“를 포함해왔다"며 "현행 '양성평등기본법'도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혼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성명을 통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을 기반하고 있는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양성평등 기반으로 당장 수정해야 한다"며 "기본계획의 중요한 문구에 성평등이란 용어가 하나라도 들어가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8월 16일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국회 개헌특위에서 현행헌법에 명시된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려는 것은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개헌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기총은 "성평등과 양성평등은 같지 않다.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간의 평등이지만, 성평등은 동성애를 포함하여 다양한 성정체성 간의 평등을 의미한다"며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교묘하게 용어를 바꾸어서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책에 도입하려는 것은 국민들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가부가 기존 '성평등'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양성평등'과 혼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한기총 등 보수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어 "여성과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과 평등의 후퇴이자 앞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조"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여가부는 ‘용어만 수정될 뿐’ 계획의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혐오단체들이 주장하고 입증했듯 이것은 단순한 용어 수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저쪽 목소리가 더 크면 내어주는 게 인권인가"라며 "‘천부인권’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존엄하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종교·신념·정치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등 인권과 평등의 가치가 그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여가부는 사업계획에서 ‘성평등’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되돌리겠다는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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