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경영진이 MBC 'PD수첩'제작진의 취재를 안내했다는 이유로 노조원 징계 절차에 돌입해 논란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는 "언론사가 타 언론사 취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구성원을 징계하는 어이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18일 성명을 통해 "사측은 오늘 새노조 집행 간부 2명과 평조합원 1명 등 3명을 징계하겠다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며 "징계 사유도 가당찮다. 투쟁 현장을 취재하러 온 MBC PD수첩 제작진을 사내로 안내해 취재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1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들에 대해 퇴진 촉구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새노조는 총파업 과정에서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비리이사들에 대한 퇴진을 촉구하는 사내 피케팅을 벌여왔다. KBS새노조에 따르면 경영진은 지난 달 29일 KBS 이사회 당시 피케팅을 취재하러 온 PD수첩 제작진을 현장으로 안내했다는 이유로 노조원을 징계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KBS 경영진은 PD수첩 제작진이 이사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사들에 대해 인터뷰를 시도한 것도 징계 사유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새노조는 "다른 곳도 아닌 언론사가 타 언론사 취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구성원을 징계하는 어이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쟁의행위에 나선 노동조합이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하고 정당한 언론 홍보 활동이자 조합 활동"이라고 반발했다.

KBS새노조는 "언론이 공인을 상대로 인터뷰하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며 "집행부와 조합원의 취재 안내와 협조 때문에 PD수첩 제작진이 KBS 기물을 부수었는가? 아니면 재산을 훔치기라도 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KBS 감사실은 이사들의 법인카드 집행 내역을 추적한 KBS 구성원이 누구인지 색출하는 감사를 벌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KBS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사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통해 KBS 직원이면 누구나 열람이 가능했지만 강규형·차기환 등 야권 이사들은 관련 제보자를 색출해 처벌할 것을 경영진에 주문했다. 이후 감사실은 파업기간 ERP에 접속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KBS새노조는 "전홍구 감사의 감사실은 적폐 이사들의 사주를 받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실을 추적한 KBS 구성원이 누군지 색출하는 청부 감사를 벌인 바 있다"며 "이제는 한 술 더 떠 적폐 이사들이 언론사 인터뷰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로 보복 징계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PD수첩 '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예고 캡처

한편, MBC는 19일 'PD수첩-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편을 방송한다. 2009년 김인규 전 사장부터 2017년 고대영 사장까지 지난 9년간 이어져 온 KBS 언론장악 사례와 구성원들의 투쟁을 방송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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