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옷을 입은 모두는 한 마음 한 뜻이었습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선전을 기원하는 그 마음 말입니다. 여기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었고, 계층 따위도 그 순간만큼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위대한 역사'를 경험한 바 있는 우리 국민들, 그리고 태극전사들은 2006년 원정 월드컵 첫 승에 이어 2010년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 선상에서 각오를 다지며, 또 한 번의 신명나는 월드컵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이 열린 1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로 가득 했습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 입장이 가능했지만 오랜만에 열린 A매치에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 겸 출정식에 많은 관심을 가진 팬들이 일찍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경기장은 모처럼 붉은 물결로 가득 했고,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모여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열띤 응원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붉은 악마의 대형 태극기와 태극 문양 카드 섹션, 그리고 전광판에 새겨진 태극기를 바라보는 붉은 태극 전사들. 뭔가 전율이 느껴진다. (사진-김지한)
역시 경기 시작 3시간 전, 경기장을 찾은 블로거는 경기장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월드컵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 현장을 함께 하고 또 즐겼습니다. 축구대표팀 공식스폰서들의 다양한 이벤트와 자발적인 응원 퍼포먼스가 곳곳에서 펼쳐져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뿔 모양의 헤어 밴드와 저마다 각기 다른 응원 문구가 새겨진 붉은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 주변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이미 월드컵이 시작됐다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 경기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관중 행렬

▲ 월드컵 때면 늘 찾아오는 '월드컵 미녀들'

▲ 거리 악단의 유쾌한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 얼굴에 페이스페이팅을 하는 여자 어린이

▲ 대표팀 관련 상품 코너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이전 A매치에 비해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외국인 팬들이 정말 많이 찾았다는 점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한국 특유의 단체 응원 문화를 즐기기 위해 외국 팬들은 한국 팬들과 함께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면서 신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 왔다가 한국 경기가 있는 걸 뒤늦게 알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한 외국인은 "한국의 응원 문화는 영국에서도 알아준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겠다"며 한국의 선전을 바라는 멘트를 블로거에게 남겼습니다.

▲ 응원에는 국경과 인종이 따로 없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포옹하는 우리 팬과 외국인

▲ 스페인, 스위스에서 왔다는 축구팬들. 한국팀의 승리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 남아공월드컵 마스코트 자쿠미와 사진을 찍는 여성 외국인

독특한 응원 복장을 한 어르신의 모습(사진 아래)도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로 81살이나 되셨다는 이 어르신은 꾸준하게 축구장을 찾았지만 모처럼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온 걸 보니 흐뭇하다면서 태극 전사들이 월드컵에서 다치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응원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어르신은 지나가는 다른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응원 하면 단체 응원이 제 맛입니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경기장 한쪽에서 각종 구호와 응원가를 외치면서 지나가는 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붉은악마의 열정적인 응원은 경기장 내에서도 계속 됐는데요. 'Forever Always Kor'이라는 카드섹션이 경기장 N석과 E석에 걸쳐 선보이면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 어깨동무를 하면 응원구호를 외치는 붉은 악마

▲ Forever always KOR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카드섹션
경기가 시작된 뒤, 선수들의 활약 하나하나에 탄성과 응원을 보냈던 관중들은 후반 27분, 이승렬이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절정의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파도타기 응원이 선보이는가 하면 '대~한민국'의 함성도 더욱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서 선수들을 신명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기가 잘 전달됐는지 후반 39분, 이청용이 추가골을 침착하게 터트리면서 2-0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정식 겸 국내 마지막 평가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 대형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한바퀴 돌고 있는 태극 전사들

▲ 버스에 오르기 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중인 결승골 두 주인공 (위 이승렬과 아래 이청용)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출정식에서 허정무 감독은 "당당하고 유쾌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많이 응원해달라. 우리는 충분히 잘 해 보일 것이다"면서 각오를 다졌습니다. 또한 주장 박지성 역시 "개개인으로서는 평범할 수도 있지만, 하나로 뭉쳤을 때 누구보다 강한 투혼의 힘.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팀이다. 우리는 꼭 해낼 것이다"는 영상 메시지를 남겨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어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 공식 기자회견 등에서도 감독과 선수들은 저마다 월드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팬들의 성원과 응원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팬들의 관심이 있어야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에서 비장함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진정으로 느껴졌습니다.

선수와 팬이 하나가 돼 큰 힘을 발휘하고 그래서 월드컵 도전이 늘 기대되는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또 한 번 장관을 이룰 붉은 물결이 뿜어낼 열정적인 힘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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