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 건의를 위한 사전 통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강규형 이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업무추진비를 애견동호회 비용 등으로 사적 유용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총파업 100일차를 하루 앞둔 KBS에 정상화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와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11일 오전 방통위는 비공개 회의를 열고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 사전예고 방침을 결정했다. 방통위는 차기환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 사전 통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강규형 이사에게 해임 사전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이사들은 어떤 처분을 내리냐는 질문에 "경중을 가려서 판단했다"면서 "사전통지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지, 해임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 해임 건의는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 KBS 비리이사 해임건의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모습(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감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강규형 이사의 경우 327만 3300원을 사적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이사는 애견동호회 회식비, 애견카페 이용 음료비, 개인식사비, 공연·영화관람권 비용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차기환 이사의 경우 448만 7730원을 사적 유용했다. 차 이사는 태블릿 PC·스마트폰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에 대해 KBS 새노조는 "KBS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한 신분으로 금품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공무원으로 의제될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는 3백만 원 이상의 공금을 유용할 경우 무조건적으로 해임 또는 중징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KBS이사회는 현재 현 여권추천 이사 5명, 야권 추천 이사 6명의 구도다. 강규형·차기환 등 야권 추천 이사 중 한 명이 해임되고 현 여권에서 보궐이사를 선임하면 구도는 역전돼 고대영 사장을 해임할 수 있게 된다.

한편, KBS새노조는 오늘 과천 방통위 앞에서 긴급 조합원 집회를 열고 비리 이사에 대한 즉각해임을 촉구했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5일부터 광화문에서 비리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성재호 본부장은 5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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