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철회를 요구하는 거리집회가 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집회에 모인 의사들은 문제인케어가 의료 전문가 집단과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문재인 케어 시행 이전에 수가부터 보장하라는 것이 핵심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의사들은 반대하고, 시민들은 찬성하는 문재인 케어인 것이다.

이처럼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가 제안될 때부터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적정수가’에 대해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급여 부문의 급여 전면전환이 곧 의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의 경우 원가의 122%에서 159%를 환자로부터 받아왔는데, 이를 급여로 전환한다면 실제로 의사들의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현실적이다. 오랫동안 의료계의 갈등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심평원의 무차별 삭감으로 인한 의료원가보존의 문제는 분명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의료비 중에서 가계직접부담 비중이 2015년 기준 36.8%로 OECD 평균인 20.3%에 두 배 가량 높다는 이면이 존재한다. 문재인 케어는 이런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63%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5년에 걸쳐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에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또한 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려기보다는 정치공세의 모습을 보였던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반대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면 좀 더 논리적이고 진정성 있는 설득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꾸로 의사협회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다가 오히려 민심의 저항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케어와 의사협회의 반발에는 시민 의료비부담 절감과 의사들의 소득 보장이라는 이해의 충돌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무조건 문재인 케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사협회의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과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어차피 예산까지 다 갖춰진 정책이고,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인 만큼 무조건 반대보다는 협상과 절충의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수가문제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문재인 케어는 실현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지에 대한 근거도 충분치 않지만 이에 대한 의사협회의 설득도 성실했다고는 할 수 없다. 최근 시민들이 움직여 야당들이 삭감했던 권역외상센터 예산이 오히려 증액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의사협회가 해야 할 것은 도심집회가 아니라 정부 이전에 국민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일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의 홍보 광고

그런 한편, 이번 집회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와 함께 한의사 업계의 외과의료기기 사용반대를 요구했다. 이는 포항재난 사진을 한의사의 외과의료기기 허용 반대광고에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의 판단착오였다. 적어도 문재인 케어라는 이슈 속에서는 절제했어야 할 요구였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의사든 한의사든 어차피 선택의 문제일 뿐이고, 진단에 필요한 첨단기기를 다양하게 제공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의학계의 의료기기 사용이 의료붕괴라는 주장을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에서 외치는 것은 오히려 현안을 흐리게 했다는 반응이다.

의사들로서는 정말 절박한 이유에서 거리로 나왔을 것이고,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문제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단지 집단이기주의로만 비친다는 것이 문제이자 한계이다. 의사들에게 시민들이 시큰둥한 이유는 문재인 케어가 갑자기 알려진 사실도 아니고, 길다면 긴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필요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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