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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폭탄' 그냥 두고 보는 안철수국민의당 분열, 호남민심 이반 감수하는 보수정치 행보 지속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2.11 08:10

국민의당은 계속 심상찮은 상태다. 이런 ‘심상찮은 상태’는 외부적 조건이 강제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의당 스스로가 자초하는 부분도 있다. 최근 불거진 박주원 최고위원 문제가 대표적이다.

최근의 국면을 만들어낸 것은 경향신문의 보도이다. 경향신문은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사본을 공개하고 이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계가 있다는 폭로를 한 것과 관련해 이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박주원 최고위원은 주성영 전 의원과 모종의 거래(?)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을 특정해서 언급한 바는 없고 주성영 전 의원 측이 적극적으로 폭로를 진행한 결과일 뿐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아울러 박주원 최고위원은 경향신문의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 안철수 대표에게 듣는다'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11일 지면에 이에 대한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의 반응을 실었다. 이 기사에서 주성영 전 의원은 박주원 최고위원의 해명에 불만을 터뜨리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주성영 전 의원의 설명은 CD의 출처와 진위여부가 모두 불분명했지만 박주원 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된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했다는 것이다.

주성영 전 의원은 CD의 위변조여부와 발행 근거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을 거친 후 2008년 이 존재를 폭로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다시 말하자면 폭로 당시에 이 CD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던 근거는 오직 박주원 최고위원의 주장 하나 뿐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이 지적하는 것은 그러한 일이 일어난 배경이 무엇이냐는 거다. 검찰에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는 박주원 최고위원이 당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정치공작에 가까운 내용의 위험한 자료를 갖고 거래를 시도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실제 당시 선거에서 안산시장으로 당선됐다.

주성영 전 의원은 무슨 이유에선지 알 수 없으나 2년간 이 자료를 쥐고만 있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시위 등 문제로 정권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폭로를 감행했다. 본인은 CD의 지위여부에 시간이 걸렸다고 하고 있는데, 근거가 없는 자료를 오직 국면전환 목적으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해볼만 하다.

추악한 정치거래의 실상이 반쯤 모습을 드러낸 상태에서 대중의 관심은 국민의당 지도부에 쏠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저격수’가 국민의당 지도부의 일원이라는 정치적 모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박주원 최고위원의 당원권을 정지시키고 최고위원직 사퇴도 요구했으나 박주원 최고위원은 사퇴를 거부했다.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거다.

이런 맹탕 같은 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다소 불분명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빨리 진실을 규명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구체적으로 무슨 대응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사실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맥락을 이해해보자면 박주원 최고위원 본인이 사퇴하지 않겠다는데 당장 직을 박탈할 방법도 없고 대신 당헌 당규 상의 가능한 조치인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감행했다는 것이겠다. 그러나 이는 절차적인 차원에 대한 얘기일 뿐 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말하는 자세로 볼 수는 없다.

여의도 언저리에선 박주원 최고위원이 ‘친 안철수계’이기 때문에 안철수 대표가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에 반대하는 박지원 의원이 ‘구상유취(口尙乳臭)’란 오래된 표현을 다시 꺼내들고 이유식이 필요하다는 등의 정치적 모욕을 내놓았었는데, 당시 박주원 최고위원은 ‘이유식을 거부하는 7가지 이유’ 등을 주장하며 안철수 대표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면서 이런 모습까지 보였으므로 박주원 최고위원을 친안철수계 인사로 해석하는 걸 두고 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자신과 박주원 최고위원 사이에 정치적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안철수 대표 쪽 사람들은 안철수 대표가 정계에 입문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고도 하는 모양이다. 국민의당 일부에서는 박주원 최고위원은 친안철수계 인사가 아니고 오히려 천정배 의원 쪽에 가까운 인사라는 얘기도 언론에 흘리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10일 오전 지역구인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마라톤대회에서 참석자가 던진 계란을 맞고 닦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의 이런 미온적이고 불분명한 태도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 때문에 국민의당 내 분열구도는 더 확산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10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대회에서 안철수 대표 지지자에게 계란을 맞은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안철수 대표 지지자의 그 분노는 결국 어떤 위기감에서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안철수 대표가 정치적으로 다소 미숙하다고 해도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걸 선뜻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당의 분열과 호남 민심 이반은 기정사실이 된다. 가장 상식적인 추론은 안철수 대표 본인이 이 상황을 어떤 큰 위기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당의 분열과 호남 민심 이반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 보수 정치인으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을 소재로 한 정치공작 같은 건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물론 본인이 자기 노선을 선택하겠다는데 그걸 말릴 사람은 없다. 단지 우리는 정치적 책임과 윤리의 문제를 논할 수 있을 뿐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단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유만으로 ‘친문패권주의’를 문제 삼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쪼개고 만든 당이다. ‘친문패권주의 반대’라는 구호는 이후 ‘제3세력’이 됐고 또 ‘다당제’가 됐다. 안철수 대표가 주장한 대로의 친문패권주의가 존재한다면 이제 여기에 반대할 게 아니라 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게 다당제다.

그러나 이런 일정대로라면 2022년의 정치적 구호는 ‘야권연대’ 같은 게 돼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변화의 기준은 오로지 대통령직에 대한 욕망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명분은 핑계가 되고 대중의 정치적 냉소주의는 강화돼 현실정치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그 예고를 우리는 ‘박주원 폭탄’ 사태로부터 목도하고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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