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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인 이유[기자수첩] 제3지대 살아남으려면, 정치공학적 정계개편에 몰두 말아야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12.12 11:02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10월 18일 조선일보에 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국민의당 자체여론조사를 조선일보가 단독입수했다는 보도였는데, 내용인즉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이르면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지지율 2위로 뛰어오른다는 여론조사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은 분명 일리 있는 아이디어였다. 대북정책을 제외하고는 양당의 이념이나 정책적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지난 5·9대선에서 '안보는 보수'를 지향하겠다고 말해 절충의 가능성을 키웠고, 바른정당의 경우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면서 과거 새누리당 시절과는 달리 경제·복지정책에 있어 전향적인 정책적 변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게는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양당이 통합을 이뤄내더라도 일시적 시너지 효과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조장하는 측면이 강한 제도다. 제3당의 출현을 어렵게 하고 군소정당의 의회진출을 막아서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선거가 다가오면 거대정당으로 민심이 쏠린다. 실제로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민심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으로 몰리는 추세다.

이런 선거제도 하에서 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지역적 기반이 중요하다. 그런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역적 기반이 완전히 다른 정당이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총선에서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석권했다. 정당지지율로 결정되는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26.74%의 지지를 얻어 25.54%의 민주당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켰는데, 광주 53.34%, 전남 47.73%, 전북 42.79%를 얻은 호남에서의 선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들어 호남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국민의당의 기반은 호남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바른정당의 의석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4명, 경기·인천 3명, 부산 2명, 대구 1명, 전북 1명이다. 사실상 특별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유권자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적 기반이 다른 두 정당이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살림을 합치기란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그나마 있던 기반까지 잃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위험성이 높은 정치적 도박이란 얘기다.

문제는 양당이 통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살아남을 길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에 크게 뒤지고 있고, 바른정당 역시 TK지역에서 자유한국당에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야 '인물론'을 내세워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교섭단체를 이루고 다수의 지방자체단체장을 배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현재 상태로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 당이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한국 정치에서 의미가 없는 정당이냐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국면에서 국민의당은 정부여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고, 바른정당은 의정활동으로 승부하는 '정상적인 보수'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두 당 모두 현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이어지면서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한때 지지율 20%대에 육박했던 시기도 있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가진 정당이었다.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두 당이 한국 정치에서 사장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합이냐 독자생존이냐를 선택하는 정치공학적 선택을 하기에 앞서, 한국 정치제도 자체의 혁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가장 근본적인 선택이 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중점으로 하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다.

그러나 개헌은 말 그대로 '속 보이는'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의 국회 특수활동비 논란 등으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로 행정부의 권력을 가지고 온다는 것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위험성이 크다. '명분'이 없단 얘기다. 실제로 10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69%의 응답자가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을 했을 경우 일본처럼 특정정당의 장기적 의회독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회원들이 18세 투표권,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선거제도 개혁으로 좁혀진다. 일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다당제를 바라는 국민적 여론에 비춰서도 선거제도 개혁은 충분히 명분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문화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5%가 다당제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제 구조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29.4%에 그쳤다. 양당제를 조장하고 사표를 유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소상히 알리고,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변화를 모색해 다당제 구조를 만들어내자는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는 토양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민심이 쏠려있는 현 상황도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당제 구조 정착을 위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선거제도 모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 당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의원만 수 명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A, B 정당이 지역구 6석, 비례대표 4석을 두고 선거를 치렀는데, A정당이 60%, B정당이 40%의 지지를 얻었고, 지역구에서 A정당이 3석, B정당이 3석을 석권했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정당 지지율에 맞춰 A정당은 3석, B정당은 1석의 의석을 가져간다. 결국 정당 지지율대로 A정당은 6석, B정당은 4석의 의석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같이 경쟁력을 갖춘 제3지대 정당들을 비롯해 진보성향의 녹색당, 노동당, 보수성향의 대한애국당 등 군소정당들이 의회에 입성하기 용이해 다양한 의견을 의회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을 측정하는 갤러거 지수(0에 가까울수록 비례성이 보장된다)를 살펴보면 한국 지방의회의 불비례성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지방선거에서 영호남의 경우 특정정당이 5~60%대의 지지율로 지방의회 의석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광역시 의회에서 새누리당이 58.14%의 득표로 95.74%의 의석을 차지했다. 부산의 갤러거 지수는 33.60에 달한다. 전남도의회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이 67.14%의 득표로 89.6%의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지방의회의 불비례성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두 의원은 지역구 선출 정수를 2~4인에서 3~5인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정수를 의석 대비 30%로 확대하는 공통방안을 준비했다. 천정배 안의 경우 지역의회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담았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선거가 치러지고 다당제 구조가 정착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권력구조 개편 골자의 개헌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정당이 마찬가지겠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제3지대 정당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합집산을 고민할 필요 없이 소신 있는 정책을 내세울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선거 때마다 눈치나 보는 신세가 아닌 제대로 된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두고 정치공학적 정계개편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정을 통한 정치개혁에 비중을 실어야 한다.

인용된 KSOI 여론조사는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전국 성인 1047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0.8%,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0%p다.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엠브레인이 지난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성인 1033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유성 32.5%, 무선 67.5%) RDD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11.2%,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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