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래 전 민주당 원내대표 ⓒ 여의도통신
민주당 이강래 전 원내대표만의 사실은 정확히 비껴 났다. 그는 6․2 지자체 선거 전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로드맵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말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방통위가 종편로드맵 발표를 6월 선거를 앞두고 할 수 없다”며 “연내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보궐 방통위원에 대한 국회 추천이 지연되는 이유를 묻자 그가 답한 말 중의 한 대목이다. 산적한 방송계 현안을 앞두고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자진 사퇴를 선언한 지난 2월 말 이후 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방통위원 공백의 장기화 원인은 간단하다. 보궐 방통위원 국회 추천에 제동을 건 당사자는 이강래 원내대표로 지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에 대한 자격시비가 불거지자 추천 철회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언론을 통해 이를 공식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신의 성급한 추천 철회 주문을 오히려 거둬들여야 하는 상황이 돼 적지 않게 체면을 구기게 됐다. 보궐 방통위원 국회 추천 건은 차일피일 미뤄져 4월 임시국회 막바지에서야 국회 의안과에 서류가 접수됐다. 그러나 천안함에 묻혀 버렸다. 천안함을 방패삼아 자신의 임기 이후인 6월 국회로 넘겼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체면을 위해, 가늠하기 어려운 상식에 기댄 이 전 원내대표의 예상은 빗나갔다. 방통위는 보란 듯이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종편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다. 또한 방통위는 방송문화진흥회 보궐 이사로 MB의 고대 동문이자 구조조정 전문가인 김재우 씨를 선임했다. 한 명의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정해 놓은 일정과 권한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들만의 미디어월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종편로드맵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언론계에서는 신문사 줄세우기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조․중․동 등 신문사에 종편이라는 미끼를 던져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보겠다는 술수라고 한다. 결국 종편로드맵은 민주당에겐 흉기가 될 게 뻔하다.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종편로드맵 발표 결정을 6월 지자체선거 이후로 연기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2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었던 종편로드맵이 한 주 늦춰졌다고 한다. 민주당 추천의 이경자 상임위원이 방통위원이 공석이라는 이유를 들어 연기를 주장했고 최시중 위원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나라당 추천의 송도균, 형태근 상임위원은 즉각 처리를 주장했다고 한다.

방통위의 전례를 살펴보면 한 주 이상의 연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한 방통위원 공백의 책임이 민주당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한 주 이상 논의를 늦춰야 하는 이유도 없다.

방통위원 공석과 관련해 방송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사당인지 공당인지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쓴 소리를 던진 바 있다. 확실한 것은 사적 체면이 공당의 역할에 위해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