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30분가량으로 단축된 뉴스였지만 최승호 사장이 첫 출근해서 신속하게 내린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소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MBC 뉴스를 보게 만들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배현진 앵커의 하차 소식이었다.

배현진 아나운서의 MBC <뉴스데스크>는 봐서는 안 될 뉴스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심지어 교체되기 하루 전에도 배현진 아나운서는 최승호 사장의 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해직 언론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더 할 말이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덕분에 MBC 임시뉴스를 진행하는 김수지 아나운서와 모습을 감춘 배현진 아나운서의 이름이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MBC 뉴스 체제 자체가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한 것과 더불어 그동안 숱한 고발이 이어졌던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컸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12월8일 MBC <뉴스데스크> 오프닝 "MBC 뉴스 거듭나겠습니다"

그렇지만 MBC 뉴스는 단순히 배현진 아나운서만 모습을 감춘 데 그치지 않았다. 비록 임시체제의 뉴스제작이라 시간도 내용도 충분치는 못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호평을 쏟아낸 것은 단지 MBC 뉴스에서 ‘사실’을 접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수준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MBC 뉴스가 어떠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지만 웃기면서도 슬픈 현상이었다.

“MBC 뉴스 거듭나겠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한 김수지 아나운서는 8일 MBC 뉴스에서 “오늘부터 <뉴스데스크> 앵커를 교체하고 임시 체제로 진행한다”며 “저희는 재정비 기간 동안 MBC 보도가 시청자 여러분께 남긴 긴 상처를 거듭 되새기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MBC를 실감하기에는 충분한 멘트였다. 비록 8일의 최대 이슈였던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의원에 관련한 뉴스가 빠지는 등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MBC 보도국 정비를 마친 후에는 과거의 MBC뉴스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는 충분했다.

이와 같은 입소문이 퍼지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MBC 뉴스를 보겠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모두 등을 돌려야 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MBC는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기억이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JTBC <뉴스룸>의 독주 체제 속에서 은근히 선의의 경쟁을 바라는 현명한 소비자로서의 전략적 태도일 수도 있다. MBC는 이런 시청자의 마음을 정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뉴스데스크>를 대신할 MBC 뉴스는 당분간 평일에는 김수지 아나운서가, 주말에는 엄주원 아나운서가 임시로 진행한다. 임시라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다. 또한 뉴스와는 관련이 없지만 뉴스가 시작하기 전 등장한 ”다시, 좋은 친구 MBC“라고 쓴 간결한 메시지는 심지어 뭉클하기도 했다.

배현진, 이석현 앵커 등이 하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당분간 MBC 뉴스를 호기심에라도 시청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시청률은 ‘구경’이나 ‘감시’의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렇게라도 찾아주는 것이 지난 MBC 뉴스로 봤을 때에는 횡재나 다름없다. 아무래도 마봉춘의 추억이 너무도 큰 때문일 것이다. 부자가 망해도 3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다지만 망하고 9년이 지난 마봉춘에는 아직도 재산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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