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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체제의 MBC에 바라는 점노영방송 프레임 이겨내고 장악되기 전보다 나은 공영방송 되길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2.08 09:44

비영리탐사전문언론 뉴스타파의 제작 진행을 맡아왔던 최승호 PD가 친정인 MBC에 사장으로 복귀한 것은 확실히 정권이 바뀌긴 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1986년 입사 이후 MBC의 대표적인 간판 시사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며 좋은 성과를 내왔지만 2012년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됐다. 2016년 초 언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백종문 녹취록’을 보면 당시 경영진은 최승호 신임 사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오직 파업을 주도한 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고한 사실이 드러난다. 보수 정권 시기 경영진이 얼마나 폭력적인 방식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탄압했는지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정보원의 ‘공작’을 통해 정권과 한 몸이 된 이전 경영진을 그야말로 ‘최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조직 장악을 위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일관했다는 점을 넘어 정파적 이유 때문에 아예 언론으로서 MBC의 기능을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MBC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확대하는데 일조하지 않기 위해 아예 민감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대신해 전파를 탄 것은 날씨나 음식, 동물과 관련한 별로 중요치 않은 주제를 다룬 ‘연성 뉴스’였다.

MBC 뉴스에 민감한 정치적 쟁점이 다시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었는데, 이 시기의 보도는 정언유착의 대표적 사례로 교과서에 등장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시 백종문 전 부사장 등에 대한 청문회를 막기 위해 국회를 공전시키기까지 했다. MBC는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앞장서 보도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정부 비판과 견제가 없는 보도는 저널리즘 스스로의 가치와 의의를 저버리는 것을 넘어 언론으로서의 영향력 자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MBC 전 경영진이 2012년 파업 참가자들을 현업에서 배제하고 이른바 ‘시용기자’를 대거 충원한 것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한겨레 등 언론은 8일 지면에 지상파 3사가 모두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이런 일들과 무관치 않다.

최승호 사장에게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은 그가 특히 해직 이후 해온 활동이 전임 경영진의 방송 철학(?)과 질적으로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최승호 사장은 저널리즘이 스스로 무너진 시대에 저널리즘의 가치와 의의를 다시 살리기 위해 당시 시즌3으로 새롭게 단장한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이 시기 뉴스타파는 내용적으로 보면 무너진 공중파 보도의 공적 기능을 대신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최승호 사장이 기여한 바는 어떻게 평가해도 결코 작지 않다.

최승호 사장은 경영진으로서 보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전임 경영진이 완전히 씨를 말려놓은, 저널리즘으로서의 DNA를 되살리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과거 MBC PD 시절부터 뉴스타파에 이르기까지 가졌던 문제의식을 인사와 경영의 측면에서 구체화해주기를 기대한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로 첫 출근을 하며 박수치는 직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첫 번째는 외부의 압력이다. 보수세력은 벌써부터 MBC 장악이 끝났다느니 노영방송(勞營放送)이 됐다느니 하는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 조선일보는 8일자 사설에 “2008년 4월 MBC PD 수첩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엉터리 보도로 광우병 사태를 촉발시켰다”면서 “최 사장은 얼마 전 광우병 PD 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하도록 만든 공(功)이 있다고 했다. 그런 방송을 하겠다는 예고편으로 들린다”고 썼다. 자유한국당은 7일 “MBC가 완전한 노영방송이 됐다. 과연 공정한 인사를 할 건지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건지, 시청률은 얼마나 끌어올릴 건지 국민이 무서운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논평했다.

MBC가 전임 정권에서 어떤 수단을 통해 장악됐고 그 결과로 ‘블랙리스트’와 같은 장치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보수세력이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참으로 뻔뻔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노영방송’이란 프레임의 확대재생산에 앞장서는 것은 거의 ‘만행’에 가까운 일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회사든 구조적으로 경영진의 힘이 강력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이를 견제하는 노동자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경영이 건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부작용을 촉발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례의 대부분은 노조가 경영진과 유착 관계를 이뤄 다수 노동자를 경영에서 배제한 결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수세력의 ‘노영방송’ 프레임은 경영진과 노조를 마치 서로 동등한 권한과 지위를 갖고 있는 양쪽의 정파인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득권에 이득을 안기려는 시도일 뿐이다.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는 외부의 이런 흑색선전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두 번째는 공중파 방송이 그 자체로 기득권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자기 손 안에 넣고 파괴하기 전의 공영방송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는 이전 정권에 비할 바 없는 성취를 이루겠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는 보수 정권에 의해 장악되기 이전의 MBC보다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이다.

그간 바뀐 매체 지형 속에서 공중파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도 큰 숙제일 것이다. 예전 같지 않은 언론 환경 속에서도 공영방송은 매체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를 자처해야 한다. 독점과 경쟁이 아니라 유연한 네트워크 수립이 필요하다. 시청률 경쟁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온갖 매체가 만들어 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공영방송의 보도 내용만큼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회적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승호 사장 체제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에 적합해 보인다는 점은 기대를 감추기 어렵게 한다. 공영방송이 자기 자리를 제대로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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