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헌데 여기저기 예능에 출연해도 어쩐지 예능인이라고 부르기 꺼려지는 한 사람, 김C가 한국 예능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1박2일에서 자진 하차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인 대중은 곧바로 윤도현, 김제동에 이은 외압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C가 천안함 사고로 인한 예능 결방사태에 쓴소리를 했으며 얼마 전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에 김C의 절친 윤도현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사장이 바뀐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잘 해오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던 윤도현, 김제동에 이어 마지막 남은 김C에게 마수가 뻗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생긴 것이다. 또 그런 설이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의혹이 일자마자 1박2일 제작진과 김C 양측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시선에는 의심이 한가득 담겨 있다. 정말로 사실이 아니라면 1박2일 나영석 피디로서는 억울할 따름일 것이다.

그렇지만 억울해 할 일도 아니다. 윤도현과 김제동의 퇴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권력을 쥔 자의 부당함을 막아내지 못하고 침묵했던 KBS 구성원 모두는 일정 정도의 원죄를 안고 있다. 아니라는데도 왜 대중은 그렇게 받아드리지 않을까에 대한 겸허한 자성이 필요할 뿐이다.

한편 김C의 1박2일 하차는 시청자의 한 입장에서도 무척 아쉬운 일이다. 한때는 병풍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크게 나대지 않는 김C의 묵묵한 동행은 오랜 친구처럼 혹은 가족처럼 자기 모습을 만들어갔다. 평소에는 모르다가 언젠가 그 사람의 빈자리를 통해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깨닫듯이 김C는 지금보다 오히려 하차 이후가 더 큰 존재감을 줄 것이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커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아쉽고 그래서 붙잡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하다. 절대로 윤도현과 김제동에게 가해졌던 것 같은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는 양측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생각되지만 KBS에 의도하지 않은 앙갚음 같은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흔히들 대중의 기억력을 폄하하는데 아직도 윤도현, 김제동을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으며, 절대로 잊지 않고 벼르고 있는 양심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C의 결정은 절대로 정치적이지 않았겠지만 그 결과는 정치적이 돼버렸다. 그렇게 된 것은 김C 때문이 아니라 KBS에게 원인이 있다. 애초에 그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오비이락의 의심과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권력을 쥔 KBS는 마음먹은 대로 연예인 몇쯤이야 손쉽게 잘라낼 수 있었지만 대중은 그런 방송사의 횡포를 눈감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사회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 대중의 의사가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지만 김C 하차에 따른 반응은 태풍전야 같은 긴장감마저 준다.

김C는 1박2일에서 폭발적인 웃음을 주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부재로 인해 1박2일이 주었던 재미가 갑작스럽게 줄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인기의 엘리베이터를 탄 1박2일의 힘이 김C의 하차로 인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김종민 합류 이후 제 맛을 못 본 3대3 복불복의 긴장감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커다란 댐도 작은 구멍 하나로 인해 붕괴될 수 있듯이 김종민의 합류로 이미 누수를 겪고 있는 1박2일이 이번 김C의 하차로 인해 적어도 두 개의 구멍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1박2일이 그동안 국민 예능으로 일요일의 빠뜨릴 수 없는 일상이 된 이상 더 큰 누수현상 없이 김종민의 든 자리와 김C의 난 자리를 잘 수습하길 바란다.

또한 1박2일을 떠난 김C가 진지한 아티스트로서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 확실히 김C는 노래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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