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이 검색어 순위는 네티즌들이 그날의 이슈를 점검하는 가장 일반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그럼에도 의아한 것은 좀처럼 두 포털의 검색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그럼에도 드물게 양대 포털의 검색어를 동시에 석권하는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드문 일이 12월 7일 발생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석권한 통합 이슈는 바로 ‘옵션열기’였다. 흔히 열기구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 ‘옵션열기’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댓글부대의 어설픈 증거 남기기라는 것이다. 7일 아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다루었고,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열의가 검색어에 반영됐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옵션열기’가 양대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동시 석권한 드문 현상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등의 댓글공작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에는 여전히 댓글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영향력을 간접적이나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방송된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아직도 댓글부대가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제보 받은 ‘옵션열기’에 대한 설명을 했다. 사실 이는 하루 전날인 6일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것이다.

공무원 증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 문맥상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인 ‘옵션열기’가 문장 첫머리에 발견된 것이었다. 다만, 그 댓글의 댓글에 누군가 “어디서 복사했길래. 옵션열기 공무원은 뭐하는 거야?”라고 질문을 한 것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모아지게 됐다.

그 댓글을 실제로 보면 이런 내용이다. “옵션 열기 공무원수 늘리면 나라 2년안에 망하고 최저임금 올리면 1년안에 망한다. 법인세 인상하면 3년안에 망한다. 그런데 문재인 이인간은 이 3개를 모두 같이 한다. 대한민국 끝났다” 내용은 포털 기사 댓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말머리에 붙은 ‘옵션열기’는 도무지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것이어서 네티즌들은 이것을 댓글 메크로의 흔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거기서 한발 더 들어간다면, 이 댓글을 작성한 장본인은 인터넷이나 워드에 매우 익숙한 세대가 아닐 것이라는 심증도 갖게 된다. 심지어 성의도 없다는 지적이다. 복사해서 붙이더라도 전체 문장을 읽어보는 성의만 가졌더라도 그렇게 쉽게 정체(?)가 들통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엉성한 댓글부대를 운영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댓글부대 혹은 댓글알바를 고용한다는 것은 자금이 사용된다는 것이고, 국정원도 사이버 사령부도 모두 손 놓은 마당에 누가 이처럼 자금을 동원하고, 댓글부대를 운영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분명 ‘옵션열기’는 전체 규모는 알 수 없으나 댓글부대의 존재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공한다. 그것도 댓글공작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라면 배짱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왜 아직도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놀랍기도 하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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