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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패싱'을 '이면합의'라고 우겨서야조선일보, 민주당-국민의당 이면합의 보도 '앞장'…원내수석 협상을 뒷거래로 폄하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12.06 10:34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언론들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예산안 '이면합의'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면합의가 아니라 '자유한국당 패싱'이라고 보는게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언론들의 이면합의 의혹제기가 앞으로 있을 정치 현안 합의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6일자 조선일보 보도.

6일자 조선일보는 <민주·국민의당, 예산안 이면 합의?> 기사에서 원내수석부대표 간 문자가 공개됐고, 자유한국당이 "밀실 야합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한 것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간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5일 공개되면서 '이면 합의' 의혹이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박홍근 원내수석과 권은희 원내수석이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나열한 후 "민주당이 국민의당 요구사항을 고친 뒤 자기들이 원하는 공수처법도 넣어 역제안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외에도 복수의 언론들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이면합의, 뒷거래 의혹이 제기된다며 기사를 작성했다. 중앙일보, 뉴스핌, YTN, 세계일보, 헤럴드경제 등이 이면합의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기사의 주제로 선정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동원해 민주당과 예산안 통과에 합의한 국민의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호남 예산과 선거구 받아내려 '야당 쇼' 했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은 예산안과 상관없는 선거구제 개편 추진 약속도 받았다"면서 "39석에다 호남 지역구 위주의 국민의당은 정권이 바뀌면서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비례대표 확대가 없으면 당 존립이 어렵다고 자체 분석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선거구제는 다른 야당이 반대하면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조차 두 당이 뒷거래로 손잡고 중대한 예산안을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결국 국민의당은 겉으로는 공무원 증원과 무차별 복지 확대에 반대해놓고 뒤에서는 지역구 예산 증액, 선거구제 개편을 얻어낸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지역구 예산을 더 받아내고, 선거구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정부 예산안에 반대하는 척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6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렇다면 정말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를 뒷거래로 볼 수 있는 걸까. 박홍근 원내수석과 권은희 원내수석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살펴보자.

1. 권력구조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적극 추진해 2018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다.

2. 비례성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개헌논의화 동시에 진행한다.

3.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4. 물관리일원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개정안을 처리한다. (권은희->박홍근)

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헌안 마련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다하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확고히 추진할 것을 합의한다.

2.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3.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비리에 대한 독립적 전담 수사기관 설치를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처리한다. (박홍근->권은희)

문자메시지에 등장한 것은 개헌, 선거제도 개편, 지방자치법개정, 공수처 설치 등에 관한 내용이다. 예산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또한 애초에 양당이 주장해온 내용이다. 굳이 양당의 간극을 찾자면 권력구조 개편 개헌에 관한 이견이 있을 뿐이다.

또한 합의를 했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협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정치적으로 여러 사안을 두고 의견차를 좁혀가는 것은 일반적인 협상의 범주다. 원내수석들이 나눈 문자메시지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다. 언론이 일반적인 협상을 이면합의, 뒷거래 등으로 폄하한 것이다.

이 사안은 이면합의가 아닌 '자유한국당 패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관한 수차례의 원내대표단 회동에도 자유한국당은 예산안에 합의해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합의를 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협상을 통해 예산안을 처리했다고 보는 게 앞뒤가 맞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자유한국당 패싱을 이면합의라고 왜곡보도한 셈이다.

오히려 조선일보 등 언론의 예산안 이면합의 보도는 앞으로 있을 선거제도 개혁, 개헌 논의, 공수처 설치 등에서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로 일관하고 있고, 개헌 역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있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유일한 정당이 자유한국당이다. 결국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는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있을 정치 현안에 대해 반대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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